이 기사는 2016년 01월 28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던 2015년 12월 24일 밤 12시. 인천발 바그다드행 비행기가 서해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이 비행기에는 실무진 두 명만을 대동한 최광호 한화건설 사장(CEO)이 타고 있었다. 한국시간으로 25일 낮, 비행기가 바그다드 국제 공항에 안착했다. 오랜만에 코 끝에 스민 모래바람에 그의 마음은 설레었을까.공항을 빠져 나온 최 사장은 바그다드 남동쪽 비스마야로 향했다. 허허벌판 저 너머로 아파트 수 천채가 우뚝 솟아난 곳, 한화건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이 그를 맞았다.
현장에 도착한 최 사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낯익은 얼굴들과 마주앉아 공사 진척 상황을 체크하는 것이었다. 다음날인 26일에도 최 사장은 현장을 찾았다. 그가 현장을 둘러보는 동안 비스마야 신도시 위를 헬리캠이 연신 날아다녔다. 현장 점검을 마친 그는 임직원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고, 현장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2015년 12월 27일 오후 3시. 최 사장은 하이데르 알 아바디 이라크 총리를 예방했다. 발주처인 이라크투자위원회(NIC) 사미 알 아라지 의장도 함께했다. 최 사장은 헬리캠으로 찍은 비스마야 신도시 현장을 보여주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알 아바디 총리는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다고 한다. 이번 면담도 그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최 사장은 기술적인 부분까지 곁들여 설명을 해나갔다. 약 2시간 동안의 면담을 마친 뒤 저녁 비행기를 탄 최 사장은 28일 한국에 돌아왔다. 그로부터 정확히 19일 뒤 이라크 정부는 공사대금 2000억 원을 한화건설에 지급했다.
2012년 이라크 정부로부터 발주된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사업은 첫 기대와는 다르게 한화건설에 때로 시련을 안겼다. 시공능력을 의심받았고, 발주처로부터 수금이 잘 안 된다는 의혹에도 시달렸다. IS 사태가 터지고 나서는 공사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그러는 동안 이라크에도 변화가 있었다. 2012년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을 지시한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떠나고 알 아바디 총리가 취임했다. 새 총리는 이라크 정부 내의 부정부패 척결에 주력했고, IS로부터 이라크를 지키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관심 밖에 있던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에 알 아바디 총리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이다. 당장 정부돈 2000억 원이 지출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번 면담에서 알 아바디 총리는 공사 진척 상황부터 향후 계획, 기술적인 부분까지 세세하게 질문 했다고 한다. 최 사장은 모든 질문에 상세하게 답변을 했고, 알 아바디 총리를 이해시키는 데 주력했다. 더불어 공사를 진척시키기 위해 공사비를 제때 잘 지급해 줄것을 거듭 요청했다.
2012년 11월 당시 전무였던 최 사장은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BNCP) 건설본부장을 맡아 사막으로 향했다. 황량한 땅에 그는 건축자재 공장을 완공했다. 신도시가 들어설 땅을 다지고, 주택건설을 시작했다. 사장으로 승진해 한화건설 CEO가 되기 전인 2015년 6월까지 그는 묵묵히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현장을 지켰다.
건축엔지니어 출신인 최 사장은 현장을 누비며 보고, 듣고,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을 통해 그는 이국의 총리를 설득하고, 이해시켰다. 한화건설은 2016년에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에 주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엇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한화건설 앞에 넘어야 할 산이 태산만큼 높다. 올해도 현장 출신 CEO의 힘이 십분 발휘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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