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자회사 '한진퍼시픽' 지원 배경은 2000억 대여 '재무부담' 가중, 영업핵심 터미널 등 운영
김창경 기자공개 2016-02-29 09:49:42
이 기사는 2016년 02월 26일 13: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해운이 자회사 한진퍼시픽에 잇달아 자금을 지원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까지 한진퍼시픽에 나간 대여금만 2000억 원을 웃돈다. 재무구조 악화로 한진퍼시픽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자 최대주주인 한진해운이 차입금을 대신 갚아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오는 3월 10일 10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한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등 총 5개의 증권회사가 한진해운의 CB를 20억 원씩 인수한다. 만기는 3년으로 표면금리는 9.58%로 책정됐다. 한진해운은 CB 발행자금을 한진퍼시픽 지원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한진퍼시픽 차입금 상환을 위해 123억 원을 대여해주기로 했다.
한진해운과 한진퍼시픽의 자금거래는 2009년부터 이뤄졌다. 그 해 12월 한진해운은 169억 원을 한진퍼시픽에 빌려줬다. 한진퍼시픽은 이 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 이후에도 적게는 수십억 원, 많게는 수백억 원의 자금이 운영자금과 차입금 상환을 위해 한진퍼시픽으로 흘러들어 갔다. 한진해운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진퍼시픽에 지원한 대여금 규모는 2012억 원이다.
한진해운은 과거 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한진퍼시픽을 지원하기도 했다. 한진퍼시픽은 2006년 12월 1282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한진퍼시픽 지분 60%를 들고 있는 한진해운이 769억 원어치의 CB를 매입했다. CB의 만기는 30년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2006년 한진퍼시픽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외부 차입금 발생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운업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자 2009년부터 차입금 상환 요구가 들어왔다"라며 "한진퍼시픽의 상환능력이 부족해 한진해운이 주주대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지난 2006년 호주 맥쿼리 은행의 인프라 펀드인 엠코프(MKOF)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대만, 일본, 미국 등 해외 6곳에서 전용터미널을 운영하는 한진퍼시픽을 설립했다. 한진퍼시픽을 본격적인 해외 터미널 사업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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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퍼시픽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진퍼시픽은 2008년 1101억 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설립 2년 만에 마이너스(-) 1034억 원의 자본으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후에도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탓에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한진퍼시픽의 총부채와 총자본은 3525억 원, 마이너스(-) 1040억 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72억 원에 그쳤다.
한진해운의 지원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퍼시픽은 창고 등을 보유한 다른 계열사와 달리 한진해운의 영업에 필요한 핵심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어 실적이 좋지 않다고 청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한진해운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진퍼시픽의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은 한진해운에 위안 거리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한진칼→대한항공·㈜한진(자회사)→한진해운(손자회사)→한진퍼시픽(증손회사)' 등으로 이어진다. '원샷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한진해운은 지주회사법 상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모두 처분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한진으로 한진퍼시픽 지분을 넘기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진퍼시픽이 손자회사로 승격되면 되면 지주회사법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한진해운은 한진퍼시픽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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