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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자본잠식' 자회사 매각가 1200억? TTI·HPC 금융위기 이후 자본잠식 지속…미국·일본 터미널 운영

김창경 기자공개 2016-04-27 08:24:00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6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해운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을 추가 매각한다고 밝혔다. 해외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자회사 TTI(TOTAL TERMINALS INTERNATIONAL)와 한진퍼시픽(HPC)도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두 기업 모두 10년 가까이 자본잠식 상태이지만 매각가격이 총 1200억 원으로 책정돼 관심을 끌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지난 25일 자율협약을 신청하며 4112억 원의 자산매각 계획을 함께 제출했다. 한진해운은 TTI(1000억 원)와 HPC(200억 원)를 매각해 전체 조달 금액의 30%에 해당하는 1200억 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작년 말 기준 한진해운은 두 자회사의 지분을 각각 54%, 60%씩 보유하고 있다.

한진해운, '자본잠식' 자회사 매각가 1200억?

눈에 띄는 점은 두 회사의 재무상태다. 작년 말 기준 TTI와 HPC 모두 자본잠식을 기록하고 있다.

TTI는 미국을 중심으로 2개의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미주-아시아 구간의 주요 기항지인 미국 롱비치 항만에서 최대 규모를 갖추고 있는 롱비치 터미널도 TTI가 운영하고 있다. TTI는 작년 매출액 6447억 원, 당기순이익 448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좋은 실적이었다. TTI의 당기순이익이 100억 원을 넘긴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TTI는 작년 자산 3312억 원, 부채 6341억 원으로 3029억 원의 자본잠식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TTI의 자본잠식은 지속되고 있다. 자본잠식 규모가 2010년 3789억 원에서 800억 원가량 줄어들긴 했지만 실적 개선으로 단기간 안에 재무구조를 정상화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HPC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HPC는 대만, 일본 등에 있는 3개의 터미널을 운영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설립됐다. 한진퍼시픽을 본격적인 해외 터미널 사업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었다.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진퍼시픽은 2008년 1101억 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설립 2년 만에 마이너스(-) 1034억 원의 자본잠식에 빠졌다. 작년 말 기준 자본잠식 규모는 1164억 원으로 집계됐다.

해운업 침체기로 2009년부터 차입금 상환 요구가 들어왔지만 상환 여력이 부족해 모회사 한진해운이 자금을 주기적으로 대여해주고 있는 상태다. 한진해운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진퍼시픽에 지원한 대여금 규모는 2012억 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자회사 모두 터미널이 아닌 터미널 운영권을 갖고 있는 상황이어서 돈이 될만한 자산이 많지 않다"라며 "총 9840억 원의 부채를 보유한 자회사 매각을 통해 1200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자구계획안 보완을 요구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 25일 회의가 생각보다 일찍 끝났고 한진해운으로부터 구체적인 자구계획안 실행방법을 듣지 못했다"라며 "협상 초기 단계로 한진해운과의 의사소통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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