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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證, ELS헤지손실 원인은 '내부통제 실패' 작년 7월 이사회서 발행한도 대폭 확대

김현동 기자공개 2016-05-16 10:01:10

이 기사는 2016년 05월 11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투자증권이 주가연계증권(ELS) 운용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은 원인은 부실한 내부통제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의 수익에 눈이 멀어 리스크관리를 외면한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의 ELS 헤지운용에 정통한 관계자는 11일 "ELS 헤지운용 손실은 헤지 트레이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헤지) 테크닉에 대한 접근은 모든 증권사가 똑같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크레디스위스(CS) 출신의 헤지 트레이더 H가 한화투자증권 ELS 운용손실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트레이더 H가 리스크 한도를 공격적으로 늘렸고, 갑작스런 시장 급락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작년 8월 홍콩증시의 H지수 급락으로 ELS 헤지운용 손실을 본 곳은 한화투자증권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국내 증권사가 ELS 헤지운용에서 손실을 봤다. 한화투자증권에서 주목할 부분은 절대 손실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ELS 헤지운용에서 5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2월에도 5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연간 ELS 발행잔액이 1조 원 내외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손실 규모가 적지 않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ELS 발행은 시장 안정을 전제로 한다. 시장이 괜찮을 것으로 보고 한도를 늘렸는데 홍콩증시가 급락하면서 손해가 났다"면서 "영업 측면도 있고 투자가들이 마구잡이로 요구하니까 한도를 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한도를 너무 높게 설정했고 내부통제가 부족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이례적으로 공모 ELS 발행한도를 늘렸다. 당초 승인된 2015년(2015.1~12월) ELS 발행한도는 2조 원(공모 1조1000억 원, 사모 9000억 원)이었는데, 같은 해 6월 말 기준 공모 ELS 한도의 93.9%(1조329억 원)을 소진한 상태였다. 공모 ELS는 리테일공모도 있지만, 은행의 주가연계신탁(ELT)을 포함한다.

지난해 7월 한화투자증권은 공모 ELS의 발행한도를 2조3000억 원으로 1조2000억 원이나 늘렸다. 사모ELS의 발행한도는 손대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승인된 2015년 ELS 발행한도는 3조2000억 원이나 됐다. 2014년 발행한도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한화투자증권 ELS 발행한도
* 자료 = 한화투자증권 증권신고서

이용규 전략운용본부 사업부장은 당시 이사회에서 "ELS 시장의 확대 및 영업활성화에 따른 공모 ELS 발행한도의 조기 소진이 예상되고, 원활한 상품 공급 및 영업활동 수행을 위해 2014년 12월9일 이사회에서 승인받았던 발행한도의 증액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이사회에 참석했던 주진형 대표이사, 박재황 이사(경영지원본부장), 3명의 사외이사 등은 질의와 토론을 거친 뒤 만장일치로 이를 의결했다.

ELS 발행한도는 시장여건 변화에 따라 충분히 바꿀 수 있다. 그렇지만 2014년의 경우 그해 11월 말 기준 ELS 한도소진율이 92.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5년 발행을 폭발적으로 늘렸음을 알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장외파생상품(OTC) 영업파트와 FICC상품파트에서 시장상황과 경쟁사의 발행한도 등을 감안해 ELS 발행한도를 결정한다. 그런데 불과 한달 뒤 홍콩 H지수가 급락했다. 한화투자증권을 제외하고 비슷한 시점에 발행한도를 이처럼 공격적으로 늘린 곳은 없었다.

ELS같은 파생상품은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한도를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그럼에도 ELS 발행한도 증액에 대해 한화투자증권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아무런 제동을 걸지 못했다. 내부통제장치가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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