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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 도덕성이 생명이다 [thebell desk]

이승호 벤처중기부장공개 2016-05-25 09:23:15

이 기사는 2016년 05월 24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부업이나 사채업은 모두 불법이 아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정한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돈은 많이 벌 수 있어도 사회적으로 조금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이 있다. 최근 벤처투자업에 대한 시각도 비슷하재는 것 같아 걱정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투자 계약서도 봤다.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얼마전 국내 주요 벤처캐피탈 최고경영자(CEO) 60여명이 모인 가운데 제주도에서 연찬회가 열렸다. 예년보다 많은 사장단들이 모였던 이번 행사에서는 평소와 달리 분위기가 무거웠다.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까지 구속되는 등 벤처캐피탈 업계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악화된 상황이라 이번 파문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들이 팽배했다.

지난 20일 열린 호창성 대표에 대한 첫번째 공판 분위기도 심상치않다. 호 대표는 더벤처스 같은 투자사가 스타트업 회사에 1억~2억원을 투자하면 정부가 5억~9억원을 보조금으로 주고 투자사는 스타트업의 지분을 가져가는 팁스(TIPS) 제도를 악용해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스타트업에 "우리 덕분에 보조금이 나오니 보조금을 투자금에 포함시켜 지분을 달라"며 갑질을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더벤처스는 이러한 갑질 덕에 통상보다 2~3배 많은 지분(20~30%)을 챙긴 것으로 사법당국은 보고 있다.

사법당국은 더벤처스가 지분을 챙기는 과정에서 스타트업과 이면계약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면계약서에는 스타트업이 팁스 프로그램에서 탈락해 보조금을 못 받게 되면 더벤처스가 이미 투자했던 금액의 5배 가량을 지분 값으로 추가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호창성 대표와 더벤처스 측은 "부당하게 보조금을 편취하지 않았고 지분 거래는 자율적인 협상의 결과였다"며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더벤처스 사태를 보는 벤처투자 업계의 시각은 '설마 호창성이…'라는 반응이다. 그는 2007년 자신이 창업한 기업 '비키'를 2억 달러(한화 2300억원)를 받고 일본 기업에 매각하는 등 '벤처 성공신화'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돈 몇푼에 상식적이지 않은 부정을 저지를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호 대표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현진 투자담당 이사를 너무 믿었던 것이 아니냐는 동정론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호창성 대표가 투자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을 중시하다보니 '관행적'으로 진행되는 지분 늘리기에 대한 상황판단을 잘못했다는 점이다.

벤처투자업계는 더벤처스 사태로 인해 '벤처투자 및 스타트업 빙하기'가 올 수도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현재 팁스 스타트업 158곳을 전수조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2의 더벤처스 사태가 나타난다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팁스는 정부의 기술개발자금 지원에 민간의 '엔젤 투자'와 '인큐베이터' 방식을 결합한 제도다. 다행스럽게도 중기청은 최근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팁스(TIPS)프로그램과 관련해 "팁스는 전 세계에서 부러워하는 제도로 민간 중심의 글로벌 스탠다드인 만큼 위축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 19일 국회를 통과한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이 개정안에는 △액셀러레이터 정의 △액셀러레이터 등록 및 육성 시책 △민관 공동 창업자 발굴 사업(TIPS) 근거 △보고, 검사, 액셀러레이터 등록 취소 요건 △창업 지원 가능 업종에 핀테크 업종 추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팁스 운영사들은 일반 법인으로 등록돼 별도의 모니터링이 어려웠다. 기존 벤처캐피탈과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의 경우 별도의 전자공시를 통해 기업의 활동과 정보를 알려야 하지만 일반 법인은 회사 상황을 알릴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벤처투자업계는 IMF 외환위기 전까지 암흑기를 지나 2000년대 IT붐과 현 정부 들어 창조경제 붐을 등에 업고 자발적인 노력과 힘으로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성장기로 진입하고 있다. 제2, 제3의 성장곡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신무장임을 명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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