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3월 29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전 베트남 남동부의 호치민시 북쪽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빈증성 미푹산업단지(My Phuoc Industrial Park, MPIP)를 방문했다. 미푹산업단지는 빈증성이 산업, 주거, 상업, 서비스 구역으로 구성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자립형 신도시'로 키우고 있는 곳이다.이곳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베트남 국영기업 베카멕스(Becamex IDC Corp)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를 비롯해 오리온제과, 롯데제과, 경방, 율촌화학, 동양고무벨트, 오뚜기, 오리엔트정공 등 국내 기업들이 이미 생산거점을 마련했다.
베트남은 한국의 3대 수출·투자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시아시장내 가전시장을 호령하던 일본의 자리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빼앗았고, 베트남을 그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베트남을 전략적인 스마트폰 생산국가로 선택하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베트남 호치민시에 연내 총사업비 1조220억원을 들여 70만㎡ 규모의 대규모 가전공장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공장에서는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백색가전 품목들을 생산하게 된다.
베카멕스 관계자는 "베트남 인구의 평균연령이 38세로 낮은데다 일반 근로자의 경우 야근 및 각종 수당을 포함해도 월급여가 320달러(미화) 수준으로 저렴하다"며 "공장건물의 건축예상비용이 130~160달러/㎡에 불과하고 법인세(법인세율 20%) 역시 2년 면제 후 4년간 50%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 시민들은 삼성전자를 좋아하는 기업, 존경하는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고, 더 많은 한국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90여개 케이블방송에서 한국 드라마들이 10여개 채널을 장악하고 있고, 오리온제과의 초코파이는 없어서 못 팔정도로 베트남 제과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롯데마트가 입점해 대형유통시장에 뛰어 들었고, 삼성전자가 만든 스마트폰은 누구나 사고 싶어 하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 삼성전자 백색가전의 베트남 진출이 결정된 이후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예전 같으면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결정하면 1~2차 협력사들이 앞다퉈 현지에 법인을 세우고 생산공장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근래에는 수십~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직접투자를 통한 자가공장 건설보다 임대공장을 찾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베카멕스 관계자는 "삼성전자 1~2차 협력사들이 현지법인화를 위해 꾸준히 문의를 해오고 있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자가공장 건설보다 임대공장이나 물류창고 등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미 수년전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A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생산라인을 중국과 인도 등으로 이전하기 시작한 지 오래됐고, 최근에는 베트남 등으로 다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기업들이 생산라인을 옮길 때 확실한 일감을 확약해 줄 수 없는 상황이라 대다수 협력사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들이 해외로 생산라인을 옮기는 이유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현지 기업들로부터 원자재 및 부품을 조달하려 하고 있다"며 "1~2차 협력사들이 피땀 흘려 원가구조를 낮추고 있지만 이제 힘에 부쳐 대단위 투자가 들어가는 일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관련 1차 협력사인 B사 대표가 전하는 분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중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수한 한국인 엔지니어를 영입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의 몸값은 몇년 전까지만해도 삼성전자에서 받고 있는 연봉의 2~3배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9배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B사 대표는 "중국 기업에서 기존 연봉의 2~3배를 주겠다고 하면 예전 같으면 애국심과 주위 눈치가 있어서 선뜻 이직하기가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3년 임기보장에 기존 연봉의 9배를 주겠다고 하는데 안 갈 사람이 어디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삼성 협력사들의 일관된 꿈은 삼성의 매출비중을 줄이는 것인데 2~3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노력들은 허사에 불과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삼성과 이해관계가 상충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허용해주는 분위기"라며 삼성전자의 변화된 구매전략을 설명했다. 협력사에 대해 절대적이던 위상이 많이 약화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백색가전 이전으로 반삼성 분위기가 불고 있는 광주지역 민심, 해외 생산거점 마련을 놓고 눈치보고 있는 핵심 협력사들, 끊임없이 이탈하고 있는 핵심 인력들까지. 삼성전자는 안팎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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