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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이 답 아니다…구조조정 이후 대비책 필요 ③하청업체·가계대출 리스크 우려, 지방은행 부실도 우려

김진희 기자/ 김병윤 기자공개 2016-06-02 10:07:00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6년 05월 30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수다가 중반에 접어들었을 무렵 잠시 침묵이 흘렀다.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분당 족히 십여 차례가 나왔는데도 작금의 상황을 간명하게 나타낼 표현을 찾기 어려워서다. D가 운을 뗐다. "곰을 만난 두 친구 얘기 있지않나"라고.

이솝우화의 한 대목이다. 숲길을 가던 두 친구가 곰과 맞닥뜨렸다. 한 친구가 침착하게 신발끈을 고쳐묶기 시작했다. "곰이 우릴 따라잡을 텐데 무슨 소용이냐"고 묻는 다른 친구에게 그는 말했다. "난 너보다 빨리 뛰기만 하면 돼."

구조조정에 직면한 국내 조선·해운사 역시 이러한 상황에 처했다는 설명이다. D는 "곰은 한 명만 잡아먹는다"며 "한 명은 먹고 다른 한 명은 재미로 죽이고 그러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로 조선업, 해운업이 없어지지 않는 한 모든 회사가 정리 대상은 아니다"라며 "내가 다른 회사들보다 낫다는 것만 증명해서 나만 피하면 되는 게임"이라고 잘라 말했다.

참석자들은 몇십 년만에 다시 떠올린 우화를 곱씹으며 맞장구를 쳤다. 이어 대화는 신발끈을 단단히 매고 살아남을 친구의 미래로 옮겨갔다.

B : 사실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긴급하게 지원해서 살려놔도 시황이 계속 안 좋아지면 방도가 없다.

D : 구조조정으로 살아난 이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지만 미흡하다. 국내 선사들은 대형 컨테이너 집중 투자해왔는데 글로벌 선사의 경우 최근에 파나마 운하 확장에 대비해 더 큰 배를 운용한다고 한다. 국내 선사들은 이런 배가 없다.

B : 새로운 글로벌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에 한진해운만 합류했고 현대상선은 들어가지 못한 상태라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해운동맹이 재편되면 기항지 재평가 과정에서 부산항을 거치는 글로벌 해운사가 줄게 된다. 그럼 조선업도 무사하기 힘들다. 해운에서 부산항이 빠지면 이를 기반으로 하는 지방은행은 어떻게 되겠나.

A :그쪽 은행은 조선 익스포저 별로 없다고 하던데?

B: 당연하다. 현대, 삼성, 대우는 지방은행과 거래를 별로 안 한다. 그러나 하청업체는 다르다. 은행과 거래하던 하청업체가 줄줄이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 또 조선사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조선사 직원들의 아파트 담보대출 부실이 터진다. 하청업체와 가계대출 문제가 걱정된다. 조선업 호황으로 거제도와 대구 아파트값이 굉장히 올랐다가 지금은 급락하고 있다.

(※조선업계의 대규모 적자와 수주 감소의 여파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시의 부동산 시장은 1년째 가격 하락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거제시 주택가격은 지난해 3월 이후 현재까지 1.06%포인트 내렸다. 특히 아파트가격은 1.83%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국의 주택가격은 3.21%포인트, 아파트는 4.34%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C: 결국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정책적 대비는 현실적 방향을 설정하고 미래의 대비에 대한 방안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파장에 대한 검토도 거쳐야 한다. 지금의 구조조정은 단지 구호의 성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보여주기식의 단편적 정책이라면 더큰 위기를 조장하는 실패한 구조조정으로 끝날 확률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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