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만 있고 실천없는 기업 구조조정, 허점투성이" ①정부 주도, 컨트롤타워 부재…시장논리, 기업 스스로에 결정 맡겨야"
김진희 기자/ 김병윤 기자공개 2016-06-02 08:06:00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6년 05월 30일 14: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테랑급 크레딧 애널리스트 4명이 모여 첫 번째 수다를 시작했다. 바이 사이드와 셀 사이드를 주름 잡는 대표 애널리스트들이다. 자본시장의 최대 화두인 기업 구조조정부터 증권업계 지각변동, 기업 오너 이야기 등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공통점도 많았고 입장차도 분명했다.이슈 중 이슈인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는 한 마디로 낙제점이었다. '지지부진'.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액션이 없다"는 비판이 잇달았다. 국내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이끌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최근 KDI가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의 내용과도 궤를 같이 한다.
임종룡 역할론과 대주주 역할론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1인의 주도 하에 일사천리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던 때와는 판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정부의 개입이 어려운 상황으로 기업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가 나설 것처럼 모션을 취하고 기업들은 눈치보며 기다리는 현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데 전원이 공감했다.
A : 요즘은 컨트롤타워가 없다. 옛날 같으면 컨트롤타워가 딱 잡고 간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말은 하는데 실제 액션을 안 하고 있다. 대통령도 '그래요?' 밖에 안 하는 식이면 행동이 계속 지연된다.
B : 임 위원장은 안에서 개선 추진을 하고나서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스타일이라고 들었다.
A : 그러면 좋겠다. 원래 스타일이 합리적으로 잘한다고 하더라. 지금까지는 그런 게 안 보인다. 현대중공업하고 어디를 합쳐라 이런 얘기만 하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D : 일반 기업은 배임죄가 있고 공무원들은 변양호 신드롬 때문에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변양호신드롬은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을 주도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헐값매각 논란으로 구속된 사건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를 계기로 공직사회에서 책임회피와 보신주의가 만연했다.)
A : 합칠 건지, 어떻게 합칠지,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등을 검토해야 하는데 내가 다칠까 겁내다보니 지연된다.
D : 정부가 나서줄 거라는 기대심리가 있어서 더 안 된다. 차라리 민간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알아서 하라고 하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알아서 조정되는데 다들 정부에서 개입해주겠거니 기다린다.
C : 지원이 있으니까 기다린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 사업도 벌이는 게 아닌가.
사회: 구조조정을 대하는 오너들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삼성중공업은 삼성그룹 대주주들이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B : 삼성전자가 분기마다 5조~6조 원을 버는데 나몰라라로 일관하고 산업은행보고 나서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산업은행은 그럴 필요도 없고 얼마를 내야하는지 계산도 안 나온다.구조조정 플랜을 짜고 얼마를 메꾸라고 해야 한다. 얼마를 달라는 건지 금액 갖고 밀당을 해야 한다.
사회: 정부개입에도 불구하고 회생하지 못한 STX조선 같은 사례가 나온다. 민간주도로 가야할까. 민간주도라면 정부는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STX조선해양은 자율협약 체제에 들어간지 3년여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산은 3조 원, 수은 1조 원 등 채권당이 STX조선에 투입한 지원금은 6조 원에 달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단은 대규모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D : 여론이 자꾸 과도한 정부 개입을 만드는 면도 있다.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그렇게 개입하는 게 어딨나.
A : 정부 지원이든 민간 주도 구조조정이든 둘 중 하나로 빨리 결론을 내야 하는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상황만 계속 더 나빠진다.
D : 정부가 처음부터 원칙을 잘못 세웠다. 정부가 뭘 할 것처럼 기대하게 만들어서 조선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기다릴 게 없으면 기업은 자체적으로 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플랜을 만들어서 합치든, 한 놈이 죽을때까지 싸우든 한다. 매정하게 원칙대로 법정관리 가든지 해야한다. 지금 상황에서 뭘 하겠나. 정부는 데드라인을 주고 기업이 결정하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 어정쩡하게 지원하면 안 된다.
A : 맞다. 그게 제일 위험하다.
C : 예전엔 2~3년 사이클이 있어서 버티면 살고 그랬으니까 기업도 정부도 그런 생각을 계속했을 수도 있다. 지금은 판이 바뀌었는데.
D : 큰 회사란 점도 걸림돌이다. 조선해운업체는 덩치가 너무 크다. 대우차, 삼성차 사례에서 봤듯이 큰 회사끼리는 견제가 심하고 정부가 뭘 해줄 수 없다. 딜 논의중에 삼성자동차 법정관리 들어가고 대우자동차도 1년 만에 워크아웃 들어갔다. 큰 회사는 이해관계가 너무 달라서 쉽지 않다.
(※김대중 정부 시절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과정에서 삼성자동차는 르노, 대우자동차는 GM에 매각됐다. 당초 삼성차와 대우전자 간의 사업교환이 논의됐으나 삼성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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