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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A 악몽' 허수영 사장, M&A 트라우마 극복할까 롯데케미칼, 파키스탄·英 인수사 애물단지 전락…美 액시올 승부수

박창현 기자공개 2016-06-10 08:28:08

이 기사는 2016년 06월 09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이 미국 액시올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수장인 허수영 대표이사 사장의 과거 인수합병(M&A) 성적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허 사장은 2000년 대 후반 KP케미칼 대표를 맡아 2건의 글로벌 M&A를 성사시켰다. 현재 두 업체는 모두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손실 처리된 투자금만 1500억 원이 넘는다.

허 사장은 롯데그룹 화학 부문 M&A 역사의 산증인이다. 특히 KP케미칼 대표이사 시절,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깨뜨리고 2건의 크로스보더 M&A를 마무리지었다.

당시 허 사장은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생산업체를 타깃으로 삼았다. PTA는 원유에서 나온 파라자일렌을 정제해 만든 화학제품으로,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페트병, 필름, 도료, 산업용 자재 등의 재료로 활용된다.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늘고 있어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

롯데케미칼
2009년 5월, 파키스탄 PTA 지분 인수식에 참석한 허수영 당시 KP케미칼 대표이사(우).

먼저 2009년 파키스탄 화학업체인 '파키스탄 PTA(현 롯데케미칼 파키스탄)'를 인수했다. 파키스탄 PTA는 연간 50만 톤의 PTA 생산시설을 갖춘 업체로, 연 매출도 5000억 원에 달했다. 롯데그룹은 파키스탄PTA를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의 원료 공급기지로 활용한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이듬해인 2010년에는 영국 화섬업체 아르테니우스(Artenius, 현 롯데케미칼 UK)사를 사들였다. 아르테니우스는 영국내 유일한 PTA 생산 업체로, 연간 PTA 50만 톤·PET 15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파키스탄PTA와 아르테니우스 인수는 허 사장이 주도한 글로벌 확장 전략의 결과물이자 성과였다.

허 사장의 공격적인 확장 전략 덕분에 KP케미칼은 2011년 역대 최대 매출(4조 6402억 원)과 이익(3892억 원)을 달성했다. 최대 실적 달성 후 KP케미칼은 롯데케미칼과 합병된다. 자연스럽게 허 사장도 통합 롯데케미칼의 대표이사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현재 파키스탄과 영국법인에 대한 평가는 180도 달라진 상태다. PTA 업황 침체로 롯데케미칼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2010년과 2011년만 하더라도 PTA 업체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최대 호황기를 누렸다. 다만 봄날이 길지 않았다. 2012년 이후 중국이 1200만 톤 이상의 PTA 생산설비를 증설하면서 시장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공급 과잉이 심화됐고, PTA 가격은 급락했다.

실제 PTA 가격은 2011년을 정점으로 수년 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1년 톤 당 1260 달러 수준이었던 PTA 가격이 이듬해 1090달러까지 떨어지더니 2014년(890 달러)에는 1000달러 벽이 무너졌다. 이후 가격 하락폭이 더 커지면서 작년에는 650달러까지 제품 가격이 낮아졌다. 올해 들어서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수급 상황이 더 악화되면서 제품 가격이 500달러 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pta
(단위 : USD/TON)

가격 급락 여파로 PTA 생산업체 역시 적자 사업구조가 고착화됐다. 허 사장의 M&A 결과물이었던 롯데케미칼 파키스탄과 UK 모두 예외는 아니었다.

롯데케미칼 UK의 경우, 2010과 2011년 두 해 동안에는 연간 100억 원 대 순이익을 내며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2012년 시황이 악화되자 직격탄을 맞았다. 당장 그 해 순손익이 131억 원 적자로 돌아섰고, 2013년에는 순손실액이 598억 원으로 늘었다.

2014년에는 매출액이 최초 인수 때의 절반 수준인 2300억 원 대에 그쳤다. 순손실액도 처음으로 6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악인 923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간 누적된 적자액만 2360억 원에 달한다. PTA 사업 손실이 계속되자 결국 롯데케미칼 UK는 2014년 PTA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현재는 또 다른 사업축이었던 PET 제조업만 영위하고 있다.

사업 부진으로 수 천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도 모두 날렸다. 롯데케미칼은 신규 출자와 출자 전환을 통해 영국법인에 총 1388억 원을 투입했다. 당장 지난해에도 522억 원을 새롭게 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황 등을 고려할 때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해당 투자금을 모두 손실 처리한 상태다. 재무제표상에도 장부가격이 '0원'이다. 아울러 롯데케미칼 UK는 현재 자산(2758억 원)보다 부채(3555억 원)가 더 많은 자본잠식 상태다.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2년을 기점으로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4년간 누적 영업손실액만 400억 원이 넘는다. 특히 2014년 266억 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하자 투자금 일부인 187억 원을 손실 처리했다. 롯데케미칼 파키스탄과 UK는 올해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파스키탄과 UK는 올 1분기 각각 30억 원, 2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액시올은 허 사장이 영국 아르테니우스 인수 후 거의 6년 여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서 직접 추진하고 있는 크로스보더 M&A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도 허 사장이 이번 거래를 기회로 삼아 과거 M&A 실패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롯데그룹이 과거 PTA 시장이 가장 호황기일 때 생산업체들을 인수하면서 현재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고 경영진에서도 말레이시아 타이탄처럼 미국 액시올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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