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6월 20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AA+, 부정적) 회사채에 대한 기관 투매가 잠잠해졌다. 검찰 압수수색 당시 기관 보유 물량이 단기 출회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투매 움직임이 잦아들고 있다.

외형상 동요가 다소 진정된 모습이지만 롯데케미칼 채권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상 팔려고 내놔도 제대로 매매가 일어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케미칼 회사채를 사들였던 자산운용사들도 향후 신용등급 전망을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이번 이슈가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재무구조를 손상시킬 가능성은 적다는 시각이 한 부류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부정적' 전망이 달려 있어 AA+ 등급 반납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검찰이 롯데케미칼 본사를 압수수색했던 지난 14일 장외 채권시장에서 롯데케미칼 공모채를 내놨던 기관들은 자산운용사로 파악됐다. 당시 자산운용사들은 구체적인 금리 제시없이 물량을 쏟아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투매 움직임은 잦아들었다. 증권사 IB는 "일부 자산운용사가 당시 롯데케미칼 회사채를 내놓긴 했지만 다같이 팔자는 분위기로 가고 있진 않다"며 "거래 성사를 위해 금리를 높여 제시하는 모습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매물로 나온 롯데케미칼 회사채는 대부분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수자 측은 이번 이슈가 롯데케미칼의 재무적 밸류에 타격을 입힐 만한 일은 아니라고 보면서도 굳이 이미지가 훼손된 채권을 사서 주목받을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자산운용사 채권 매니저들은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신용등급 하락 이슈를 분리해서 생각하기도 했다. 그룹 지배구조 상의 이슈인 건 맞지만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칠만한 것인지 고려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회사채 매니저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이슈이긴 하지만 다른 하위등급 기업들과 묶어서 매도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롯데케미칼의 크레딧 퀄리티가 훼손될 정도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케미칼의 경우 크레딧 이벤트로 번질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이슈로 인해 AA+ 지위는 사실상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검찰 수사 범위가 워낙 방대해 결과에 따라 그룹 계열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케미칼은 삼성 빅딜과 해외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자금 부담이 신용등급 방어의 큰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취약 업종 중 하나로 지목된 석유화학업에 포함돼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상태였다. 이 가운데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고 검찰 수사를 통해 비자금 조성 정황 등이 포착될 경우 추가적인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현재 신용평가사 3사가 모두 AA+ 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붙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