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ELS 자체헤지 현황은 증권사와 백투백 계약 운용, 변동성 부담 판매 역할 전환
이상균 기자공개 2016-06-27 10:15:04
이 기사는 2016년 06월 23일 14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8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하락을 시작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부분 증권사들이 ELS 운용 과정에서 손실을 봤다. 이후 HSCEI가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증권사들의 운용 손실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눈에 띄는 대목은 손실을 본 곳 중 은행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에 비해 보수적인 자산운용을 선호하는 은행 특성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15년 이상 ELS 시장에 몸담은 증권사 고위 임원은 "ELS 시장에 처음 발을 담그고 적극적으로 자체 헤지를 늘린 곳은 증권사가 아닌 은행"이라며 "현재의 ELS 시장이 자리 잡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ELS 운용수익 기대 못 미치자 사업 축소
ELS는 증권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2003년에 선을 보였다. 초반부터 잡음이 많았다. ELS 발행을 위해서는 장외파생 금융상품업 겸영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뚜렷한 세부 지침이 없었다. 비이자 수익 확대를 노리던 은행들은 ELS 발행을 원했다.
이미 ELS 자체 헤지를 위한 조직과 인력 구성까지 완료한 상태이기 때문에 발행 허가만 떨어지면 일사천리로 진행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ELS 발행은 증권사만 가능하다는 지침을 내렸다.
아쉬움이 컸지만 그렇다고 은행들이 ELS 시장에 철수한 것은 아니다. 국내 증권사와 백투백 헤지 계약을 맺고 물량을 받아와 ELS 운용을 했다. ELS 운용 등 트레이딩은 증권사뿐만 아니라 은행 역시 별도의 라이선스 없이 가능한 분야다.
당시 ELS 자체 헤지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국민은행이다. 증권사 파생상품 담당 임원은 "ELS 자체 헤지를 처음 시작한 곳은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신한은행 등이 있었다"며 "당시 자체 헤지 인력을 ELS 1세대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중 일부는 증권사로 이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초창기에 증권사보다 은행의 ELS 자체 헤지 규모도 컸고 인력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의 생각은 ELS 자체 헤지를 하고 난 뒤 달라졌다. ELS 자체 헤지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많아야 수백 억 원 규모에 불과했다. 워낙 예측이 불가능한 시장이기 때문에 수익의 변동성도 심한 편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오히려 손실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은행의 주 수익원인 예대마진에 비해 들이는 노력은 많고 성과 예측은 어려웠던 것이다. 은행들은 ELS 자체 운용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은행 스스로도 ELS 자체 운용에 대한 의지가 점차 식었다. 국내 증권사의 ELS 물량을 놓고 외국계 IB와 경쟁을 해야 하는데 여러모로 역량이 떨어졌다. 운용 경험과 기간, 노하우가 현저히 차이나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외국계 IB가 시장 장악을 위해 공격적으로 프라이싱(pricing)을 하면서 국내 시중은행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은행 초창기 펀드형태로 ELS 판매
은행들의 관심사는 리스크 높은 ELS 운용이 아닌 부담이 덜한 판매로 옮겨졌다. 은행은 증권사에 비해 지점 수가 월등히 많아 금융상품 판매 채널로 적절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수십 년간 쌓아온 고객 네트워크도 탄탄했다.
은행들이 판매한 ELS는 지금과는 형태가 달랐다. 현재는 신탁 형태인 ELT가 주류를 이루지만 당시에는 펀드 형태인 ELF가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특정 증권사가 발행한 ELS 4~5개를 모아 펀드에 편입시킨 것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ELF의 상품구조를 문제 삼았다는 점이다. ELF 안에 증권사 한 곳의 ELS만 들어가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최소 4~5개 이상의 증권사 ELS가 들어가도록 했다.
은행들은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기초자산과 상품구조까지 동일하면서 발행사가 다른 ELS를 매주 4~5개 조합해 펀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고심에 빠진 은행은 ELS를 신탁 형태로 바꿔 ELT로 출시했다. 신탁은 펀드에 비해 공개 의무가 적고 절차도 간편한 편이다. 현재 은행에서 판매하는 ELS의 95% 이상이 이처럼 신탁 형태인 ELT다.
국내에서 ELS가 발행이 된지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 은행들의 ELS 사업 무게중심은 운용에서 판매로 이동했지만 여전히 자체 헤지의 명맥은 남아있다. 지난 3년간 ELS 자체 헤지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우리은행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2012~2015년 상반기 국내외 주요 지수의 낮은 변동성 덕분에 ELS 운용수익이 늘어나자 의욕적으로 자체 헤지 규모를 늘렸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1조 원이 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증권사의 ELS 자체 헤지 규모와 비교해도 10위권 이내에 드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 HSCEI의 변동성이 급증하면서 우리은행도 ELS 운용과정에서 일부 손실을 봤다. ELS 자체 헤지 규모는 올해 들어 8000억 원으로 줄었다. 당분간 현재 규모를 유지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최근 리스크 관리 체계를 대대적으로 점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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