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7월 01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수료 녹이기는 채권을 인수한 증권사들이 채권 인수수수료를 금리에 얹어 투자자에게 매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발전공기업 채권 발행 과정에서 많이 일어난다. 발전공기업의 요구로 낮은 금리(높은 가격)에 채권을 인수한 증권사가 채권을 팔기 위해 수수료를 붙여 높은 금리(낮은 가격)로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자동차 딜러나 핸드폰 대리점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판매 수당을 가격에서 빼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채권 금리(가격) 왜곡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 일종의 불공정 거래로 지목돼 왔다.수수료 녹이기를 근절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회사채 수요예측이다. 발전공기업 채권에 수요예측을 강제화해 투자자가 투자하겠다는 금리 수준으로 발행 금리가 정해지면 수수료 녹이기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하지만 금감원은 수요예측 대신 감시를 선택했다. 금감원이 나서 수수료 녹이기를 집중 감시하면 수수료 녹이기 관행이 잦아들 것으로 예상했다. 수수료 녹이기는 어느 정도 금리를 통해 감시가 가능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증권사들이 채권을 인수하는 금리, 즉 채권의 발행금리와 채권 발행 직후 시장에서 팔리는 금리(유통금리)의 차이가 클 경우 수수료 녹이기 정황이라고 보는 식이다.
금감원의 선택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는 듯 보였다. 모니터링을 실시한 이후 채권 발행금리와 유통금리 사이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채권 인수 이후 매출 과정을 거치는 투자은행(IB) 업계 차원의 수수료 녹이기는 사실상 근절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최근 수수료 녹이기는 채권 중개 영업 인력(브로커)들에 의해 다른 형태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브로커들이 인수 시장에 뛰어들면서 다른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신종 수수료 녹이기 방식은 이렇다. IB 뱅커가 아닌 브로커들이 직접 발전공기업들이 요구하는 낮은 수준으로 입찰에 참여해 그 금리로 투자자들한테 곧바로 넘긴다. 투자자들은 발행금리 그대로 채권을 산다. 이 때문에 발행금리와 유통금리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 브로커들은 단순 중개만 할 뿐이다.
투자자들은 비싼 가격(낮은 금리)으로 발전공기업 채권을 사는 대가로 거래량이 많은 국고채 등 다른 채권 거래 과정에서 싼 가격(높은 금리)을 보장받는다. 매니저와 브로커 사이에 하루에도 수백억~수천억원씩 채권 거래가 일어나기에 가능한 일이다. 거래량이 많은 다른 채권에 수수료를 조금씩 녹이면 금감원의 감시망도 피해갈 수 있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이런 방식으로 수수료를 투자자들과 반반 씩 나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이런 방식의 수수료 녹이기를 두고 돈 놓고 돈 먹기식 영업이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1~2bp 수준인 채권 중개 수수료에 비하면 20bp에 이르는 발전공기업 채권 수수료는 브로커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이다. 채권 인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짊어지는 대가로 책정된 수수료여서 중개 수수료에 비해 상당히 높다.
수수료 녹이기의 수법 변화는 근본적으로 시장의 잘못이다. 경쟁적으로 낮은 금리의 회사채 발행을 원하는 발전공기업, 중간에서 잘못된 방법으로 높은 이익을 취하려는 브로커들과 투자자간의 3자 커넥션이 만들어낸 결과다.
하지만 금감원도 책임을 통감할 필요가 있다. 변칙적 수수료 녹이기는 금감원의 감시가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근절 대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발전공기업 채권에도 수요예측을 실시하도록 하자는 시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시간을 끈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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