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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삼성엔지 데자뷔? 한계업종, 그룹 참여 전제조건…펀더멘털 등 공모성공 여건, 상대적 양호

김시목 기자공개 2016-07-07 09:35:00

이 기사는 2016년 07월 05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서면서 반년 전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딜이 '데자뷔'처럼 떠오르고 있다. 건설, 조선 등 한계업종으로 분류되는 곳들의 '조 단위' 증자라는 점, 일반주주 지분율이 높아 공모 흥행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공통 분모를 가졌다. 실권을 최소화하기 위해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의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점 역시 비슷하다.

반면 형식상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점 역시 극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증자를 추진한 삼성엔지니어링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또 삼성엔지니어링은 액면가 이하의 발행가로 실권 가능성이 높았던 반면 삼성중공업은 발행가가 정상적인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난다. 상대적으로 삼성중공업의 증자 여건이 더 낫다는 평가다.

◇ 한계업종 대규모 유상증자…주주 계열사 등 지원 불가피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공시를 통해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증자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내달 19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발행 가능 주식수를 늘리는 안건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 2억 3088만 주의 주식이 발행돼 있어 정관에 규정된 가능 주식 수(2억 4000만 주)에 육박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유력한 증자 방식으로 '주주공모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꼽는 가운데 연초 자금조달을 마친 삼성엔지니어링 딜을 회자하고 있다. 한계업종으로 꼽히는 조선, 건설 등의 조 단위 유상증자 딜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닝쇼크로 인한 대규모 손실을 쌓았고 향후 업황 전망이 낙관적이지 못한 상황. 전반적인 자체 투자매력은 크게 떨어진다는 점에서 공통 분모를 가졌다는 평가다.

계열 지분 외 일반주주의 비율이 70~80%에 육박한다는 점 역시 같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증자 공모에서 삼성SDI 등 계열사 참여와 우리사주조합에 물량을 배분하고도 약 60%를 소액주주가 책임져야 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지분율 17.62%)와 주주인 삼성생명·삼성전기 등의 지분은 총 20%에 불과하고 우리사주 물량을 감안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업황 침체와 비관적 전망 등에 따른 공모 실패 확률을 낮추기 위해선 대주주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의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또 초과청약제 등을 통해 그룹 참여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삼성엔지니어링 증자 성공의 핵심 요인이었던 이재용 부회장의 '계열사 살리기' 의지도 전제 조건이란 점에서 상당히 닮은 딜로 평가된다.

IB 관계자는 "삼성 계열사 두 곳의 유상증자는 한계업종의 대규모 자금조달이란 점에서 기본적인 성격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불확실성이 높은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탓에 증자 성공 역시 쉽게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증자 추진 과정에서 여건이 비우호적이라고 판단하면 삼성엔지니어링와 같은 코스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고 덧붙였다.

◇ "'완전자본잠식' 딜과 다르다"…발행가, 액면가 이하 가능성 '희박'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유상증자 당시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현재 삼성중공업과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분기 1조 334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렸다. 유상증자가 성공하더라도 부채비율이 500%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자금지원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현재 현금성 자산 1조5000억 원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의 유동성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수주 기근에 따라 2~3년 후에 유동성 위기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자구계획을 마련한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인력 조정, 잉여설비 매각 등을 통해 2018년까지 1조5000억 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삼성중공업의 자구계획안을 수용했다.

삼성중공업은 펀더멘털 차이 외 실권 가능성 면에서도 삼성엔지니어링보다 낮다는 평가다. 당시 삼성엔지니어링은 액면가 이하의 발행가로 공모를 진행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주가가 낮게 형성되고 있긴 하지만 액면가 이하 발행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통상적 수준의 할인율만 제시하면 공모 실패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발행가와 주가보다 15~20% 가량 낮으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며 "삼성중공업의 경우 상폐 위기에 처했던 삼성엔지니어링과 같이 액면가 이하 발행의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현 수준이라면 삼성엔지니어링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초과청약제, 신주인수권 거래 등이 동반된 경우 한 차례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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