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CEI 운용 손실 확대, 투자자 이탈...증권사는 거액 손실 [상반기 ELS 결산] ②무턱대로 ELS 자체헤지 늘려…리스크관리는 엉망
이상균 기자공개 2016-07-12 11:16:44
이 기사는 2016년 07월 08일 16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상반기 ELS 시장의 최대 이슈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의 하락에 따른 ELS 운용손실의 확대다. HSCEI 기초 ELS의 녹인(원금손실 발생 기준가격) 진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는 급속도로 위축됐다. 증권사 입장에서 ELS는 확실한 캐시 카우(cash cow) 역할을 하던 효자에서 졸지에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해버렸다.예상치 못한 HSCEI 변동성 급증에 증권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타격을 입었다. HSCEI 하락에 따른 ELS 운용손실 확대는 증권사의 영업행태를 다시 되짚어 볼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별다른 검토 없이 ELS 자체 헤지 확대를 결정했고 운용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지수형 ELS 불패신화 깨져
증권사의 HSCEI ELS 운용손실이 나타난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당시 증권사 파생상품 담당자들은 한 달 이상 새벽 출퇴근을 반복할 정도로 위기감을 느꼈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운용손실이 수백 억 원을 넘을 정도로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ELS 운용손실은 지난해보다는 다소 줄어들었다는 평이다.
문제는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 ELS 운용이익이 워낙 많아 하반기 손실에도 불구하고 연간 기준으로는 이익을 본 반면, 올해는 1월부터 계속해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쌓이는 손실액에 증권사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ELS 자체헤지 규모를 줄였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아예 사업을 접었다.
그렇다고 ELS 자체헤지를 원하는 만큼 줄인 것도 아니다. 자체헤지로 발행한 ELS 물량 중 상당수가 지지부진한 HSCEI 주가 흐름 때문에 상환되지 않고 남아있기 때문이다. HSCEI 주가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증권사의 ELS 자체헤지 비용이 증가하면서 운용손실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증권사로서는 HSCEI 주가가 오르길 기대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증권사가 입는 타격은 더욱 크다. ELS는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유독 재투자비율이 높은 상품이다. 지난 3~4년간 국내외 주요 주가지수가 크게 하락한 사례가 없어 투자수익률도 예금 금리에 비해 2~3배를 웃돌았다. 지수형 ELS는 높은 안정성과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최고의 상품으로 인정받았다.
HSCEI 하락은 이런 투자자들의 생각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주가가 급락하면 주가지수도 50% 이상 하락할 수 있으며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HSCEI 기초 ELS의 녹인이 일부분이고 최악의 상황을 피하긴 했지만 투자자가 입은 충격은 컸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작년 상반기에 비하면 ELS 재투자 비율이 30%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지수형 ELS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와 믿음이 깨졌다는 점이 가장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무턱대로 ELS 자체헤지 늘려…리스크관리는 엉망
증권사들은 HSCEI ELS의 운용손실이 주는 의미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발행 규모 40조 원에 머물던 ELS 시장이 갑작스럽게 70조 원 규모로 팽창한 시기는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시기와 일치한다. 만약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HSCEI ELS 규제책을 내놓지 않았다면 ELS 발행액은 90조 원을 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장이 급팽창하기 이전, ELS는 대형 증권사들의 전유물이었다. 발행하는 즉시 상환의무가 주어지면서 부채로 잡히고 여기에 은행 예금의 2~3배 이상의 수익률을 약속해야 하니 리스크가 큰 상품이다. 자본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가 함부로 넘볼 금융상품이 아니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ELS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세계 주요지수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상승세를 타거나 보합세를 유지했다. 녹인 진입을 우려할 정도로 급락하는 지수가 없었다. 변동성도 낮아 ELS 운용에는 최적의 조건이 성립됐다. 운용수익이 늘어난 대형 증권사들은 ELS 자체헤지 북을 키우기 시작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안달이 났다. 별다른 운용기법 없이도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보고 무분별하게 ELS 발행액을 늘렸다. 정확하게는 자체 헤지를 늘린 것이다. ELS 자체 헤지를 맡을 인력 충원은 트레이딩 직원과 ELS 마케팅 직원 몇 명을 충원해 간단히 해결했다. 해외 IB출신을 간혹 영입했지만 경력이 검증된 이들은 드물었다. 이 과정에서 각 증권사 내부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매분기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CEO가 ELS 사업 강화를 천명한 마당에 리스크 부서가 제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었다.
상당수 증권사들은 과거의 변동성 추이를 살펴볼 때 ELS 자체헤지에서 운용손실이 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그렇게 주장하는 증권사 관계자들의 경력도 대부분 10년 미만에 불과했지만 굳이 그런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도 없었다. 잘 되고 있는 사업에 훼방을 놓을 필요는 없었다. 지난해 HSCEI 주가는 국내 증권사의 예측에서 한참 빗나간 움직임을 보였다. 변동성 급증으로 기존 ELS 운용방식은 무용지물이 됐다. 증권사들은 비명을 질렀고 그 뒤로 ELS 시장은 암흑기에 돌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청약증거금 2조 몰린 쎄크, 공모청약 흥행 '28일 상장'
- [영상/Red&Blue]겹경사 대한항공, 아쉬운 주가
- [i-point]모아라이프플러스, 충북대학교와 공동연구 협약 체결
- [i-point]폴라리스오피스, KT클라우드 ‘AI Foundry' 파트너로 참여
- [i-point]고영, 용인시와 지연역계 진로교육 업무협약
- [i-point]DS단석, 1분기 매출·영업이익 동반 성장
- [피스피스스튜디오 IPO]안정적 지배구조, 공모 부담요소 줄였다
- 한국은행, 관세 전쟁에 손발 묶였다…5월에 쏠리는 눈
- [보험사 CSM 점검]현대해상, 가정 변경 충격 속 뚜렷한 신계약 '질적 성과'
- [8대 카드사 지각변동]신한카드, 굳건한 비카드 강자…롯데·BC 성장세 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