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8월 24일 10: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성장전략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신성장동력 사업을 발굴해 인력을 새로 뽑고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쏟아 붓는 방법은 기본이다. 하지만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든다. 반면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해 자신들만의 기업문화와 경영 노하우를 접목시키면 단기간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강성희 회장이 이끌고 있는 오텍그룹의 M&A를 통한 성장전략은 특이한 점이 있다. 중소·벤처기업이 진출한 분야에 대한 M&A가 아니라 성장동력이 둔화된 대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인수해 기술개발과 혁신을 통한 ·제2의 성장을 노렸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시련기였던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 창업했다.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 마케팅 전문가였던 그는 외환위기 당시 몸 담고 있던 회사가 위기를 겪자 과감하게 창업을 결정했다. 창업을 하고 샆었던 것이 아니라 창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특장차 전문회사를 설립한 강 회장은 특유의 마케팅 능력을 발휘하며 회사를 성장시켰고, 2000년대 초반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며 1차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오텍은 특수차량 제조 전문기업으로, 최첨단 한국형 앰뷸런스와 복지차량, 암검진 및 전문 진료차량, 특수 물류차량, 의료기기, 기타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사업다각화와 수익성 증대를 위해 2007년 한국터치스크린을 인수했다.
오텍의 M&A를 통한 성장전략은 2011년, 미국 UTC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캐리어에어컨과 캐리어에어컨냉장을 인수하며 보다 구체화 됐다. 전 세계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 법인을 순수 토종기업이 인수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당시 M&A시장에서는 이 딜을 두고 상당히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 인수기업(오텍)보다 피인수기업(캐리어에어컨)의 규모가 큰데다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들의 틈새에서 만성 적자기업을 인수해 자칫 모기업까지 위기가 전이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외국계 기업의 정서적 차이를 극복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됐었다.
캐리어에어컨에 대한 강성희 회장의 시각은 달랐다. 더이상 악화될 것이 없는 상황이라 지금부터 혁신을 하면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신념이 있었다. 그가 첫번째 꺼내든 카드는 임직원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주인의식' 고취였다.
사실 UTC그룹 산하의 캐리어에어컨과 캐리어에어컨냉장은 성장보다는 안정에 무게가 실려있었다. 주력업종이 방위산업이던 UTC 입장에서는 큰 돈이 되지 않은 생활가전에 에너지를 쏟아붙지 않았다. 단지 큰 사고 없이 본업만 잘 유지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임직원들의 주인의식을 떨어뜨렸다.
강성희 회장이 캐리어에어컨 인수를 마무리하고 첫번째 광주공장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노조의 파업이었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적극적인 대화와 설득으로 조직문화를 빠르게 조율했고 노사 화합을 이뤄냈다. 그 결과 M&A 1년만에 만성적자 기업을 흑자기업으로 탈바꿈 시키는데 성공했다.
강 회장의 혁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소극적이던 R&D 투자를 활성화시켜 지난 5년간 6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생산기술,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혁신을 시작했고, 전 계열사가 매년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고객만족도를 극대화시켜 나갔다. 기존 캐리어 브랜드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 한국에서 생산된 캐리어에어컨 제품이 세계 시장으로 팔려나가는 수출 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오텍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연결기준 매출액 3268억 원, 영업이익 131억 원, 당기순이익 7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5%, 157% 상승했다. 올해 연말에는 매출 9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대를 예상하고 있다. M&A 이전인 2010년 매출 619억원, 영업이익 47억원과 비교하면 5~6년만에 경영실적이 10배 이상 초고속 성장한 셈이다.
강성희 회장의 M&A를 통한 성장 3단계는 이제 막 시작됐다. 최근 미국 UTC그룹 계열사인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의 파킹 시스템 부문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캐리어에어컨과 캐리어냉장의 성공을 눈여겨본 UTC 그룹이 다시 한번 강성희 회장과 손을 잡은 셈이다. 오텍은 건물 에너지 공조 관리 및 관제 시스템(BIS)을 진행 중인 계열사 캐리어에어컨와 유기적 협력을 통해 차세대 스마트 파킹시스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M&A로 성과를 내는 기업은 많지만 그 끝은 아쉬움이 컸다. 기업문화나 경영 프로세스가 다른 외국 기업과의 결합은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 오텍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은 그래서 더 값진 결과다. 강성희 회장은 어떤 미팅이든 끝나면 아이디어를 꼭 메모한다. 오텍그룹이 어떤 M&A를 통해 성장을 이뤄낼지, 또 어떤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뤄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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