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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회사 운명은 ELS가 쥐고 있다? [ELS의 비밀] ⑥최대 수요처 ELS, 발행 감소→캐피탈채 스프레드 확대 가능성

이승우 기자공개 2016-09-09 1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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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각광받던 ELS가 골칫덩이 신세로 전락했다. 투자자 뿐 아니라 이를 발행하고 운용하는 증권사의 생사를 가를 정도로 큰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금융당국도 위험 관리 등 다양한 이유로 ELS 시장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ELS 시장의 격변 속에서 어떤 비밀들이 숨겨져 있는지 파헤쳐본다.

이 기사는 2016년 09월 07일 10: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캐피탈회사가 발행한 채권과 증권사 주가연계증권(ELS)은 운명공동체다. 증권사는 ELS 발행대금으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캐피탈회사 채권을 샀고 캐피탈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자금 조달의 중요한 파트너를 확보할 수 있었다. ELS 발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캐피탈 채권의 스프레드도 덩달아 급격하게 축소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증권회사와 캐피탈회사가 윈윈(win-win)하는 듯 보였다.

이 연결고리에 조금씩 금이 간 것은 ELS 쪽에서 문제가 생기면서부터다. 중국과 유럽 위기에 기초자산이 급격히 하락했고 또 정부까지 규제를 강화하고 나서자 ELS 발행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ELS가 줄자 캐피탈 회사 채권 수요도 동시에 줄었다. 수요 감소는 스프레드 확대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증권사도 보유 캐피탈채권의 평가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A 등급 이하 채권 보유, 증권사만 증가…ELS 증가→캐피탈채 스프레드 축소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헤지운용 채권 규모는 지난 2010년말 8조3000억 원에서 2015년말 47조7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중 증권사가 보유한 비은행금융채 규모는 2010년 1조5000억 원에서 2014년말 10조5000억 원으로 7배 증가했다. 비은행금융채는 카드와 캐피탈회사, 즉 대부분 여신전금융회사 채권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로 캐피탈회사 채권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증권회사의 수요 급증으로 캐피탈채 스프레드는 업황이 썩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갔다. NICE P&I에 따르면 3년 만기 AA 등급 캐피탈채권의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는 20bp 수준에 근접하기도 했다. 같은 만기 A+ 등급 캐피탈 채권 역시 100bp 이내에서 머무르기도 했다.

증권사들의 보유 채권 비중은 채권시장 상황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 왔다. 2010년 12.4%였던 국내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A 등급 이하 채권 비중은 지난 2015년 3월말 8.2%로 줄었다. 기업 구조조정이 지속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줄어들자 발행도 덩달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AAA 등급 채권 비중은 29.3%에서 30.3%로 소폭 상승했다.

증권사 파생결합증권 헤지운용채권 비중 추이
증권사 파생결합증권 헤지운용채권 비중 추이(출처: 한국은행, 단위: %)

같은 기간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A 이하 등급 채권은 3.9%에서 8.3%로 늘었다. AA 등급 채권도 11.5%에서 20.5%로 급증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채나 AAA 등급 초우량 채권시장만 성장하는 사이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저등급 채권 투자에 집중했다. 증권회사들은 ELS 발행대금, 그중 자체 헤지 규모의 절반 가량을 채권 매수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캐피탈 채권이 제격이었던 셈이다. 캐피탈 회사 채권의 신용등급이 주로 AA~A 등급에 분포돼 있다.

증권사 보유 금융채 잔액 및 비중
국내 증권사 보유 금융채 잔액 및 비중(통계: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금융권 관계자는 "캐피탈채권이 중심이 된 저등급 비금융회사 채권의 수요는 대부분 증권회사였고 이는 ELS 발행대금 운용을 위한 목적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캐피탈 회사들은 신용의 부침에 상관없이 ELS 발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조달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캐피탈채권-ELS 운명공동체 '균열조짐'

금리가 계속해서 내리고 ELS 발행도 지속적으로 늘어나자 증권회사와 캐피탈회사는 서로에게 이익을 안겨주었다. 캐피탈 회사는 조달비용을 아꼈고 증권회사는 채권 스프레드 축소로 평가이익을 맛봤다.

캐피털채권 스프레드 추이
카드·캐피탈채 스프레드 추이(출처:나이스 P&I, 단위: %)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ELS 규제를 하기 시작했고 실제 ELS 발행이 줄어들자 캐피탈채권 금리가 심상찮게 움직였다. 3년 만기 AA 등급 캐피탈채권과 국채 스프레드는 작년말 30비피 이상으로 치솟았다.

A 등급 이하 채권의 국채 대비 스프레드는 이보다 확대폭이 더 컸다. 그 기간 국채 금리는 오히려 내리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채권시장 이슈와는 별개로 캐피탈채권의 금리 반등이 일어났던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캐피탈채권의 스프레드 확대는 ELS 발행 축소로 인한 것"이라며 "채권시장의 금리 움직임, 그리고 크레딧 이슈와 별개로 수요 감소에 의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그동안 캐피탈 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꾸준히 사줬던 증권회사의 자금줄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ELS가 줄어드는 만큼 캐피탈채 수요 감소가 불가피한 것이다.

신규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것에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최악의 경우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전환할 경우, 기존 보유분에 대한 손절매까지 겹친다면 캐피탈 채권의 스프레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상승세를 경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캐피탈 회사의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리고, 증권사들에게는 채권 평가손실을 안겨주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길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캐피탈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금조달 창구인 ELS 시장이 삐걱대고 있다"며 "향후 캐피탈 회사의 운명을 ELS가 쥐고 있다는 극단적인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만큼 증권사 ELS와 캐피탈회사 채권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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