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지도 저러지도'…고민 빠진 산업은행 '시장가치 조기매각' 방침…시장 신뢰·투자 손실 우려에도 계획 수정 주저
정용환 기자공개 2016-11-17 09:20:00
이 기사는 2016년 11월 16일 16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 조기매각을 추진하던 KDB산업은행이 고민에 빠졌다. 딜로이트안진이 대우건설의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 판정을 내리면서 조기매각의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탓이다. 조기매각 일정을 미루기도, 강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산업은행은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산업은행 관계자는 16일 대우건설 조기매각 계획 수정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특별하게 매각 계획에 변동사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검토 중에 있다"며 "어차피 매각은 (이사회를 거쳐) 결의한 상황이기 때문에 시기를 조금 조정한다던가 하는 부분에 대해 고민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진은 지난 14일 제출된 대우건설 3분기 보고서에 의견거절 처분을 내리고 "공사수익, 미청구(초과청구)공사, 확정계약자산(부채) 등 주요 계정의 적정성여부에 대한 판단을 위해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제시 받지 못했다"며 "준공예정원가의 적절한 추정변경을 위해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 받지 못했다"며 그 사유를 밝혔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최근 대우건설 조기매각 추진해왔다는 데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8일 가진 이사회에서 대우건설을 시장가치에 조기매각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이날 이후로 매각절차를 본격화한 산업은행은 연말까지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내년 상반기 중 딜을 클로징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대우건설 3분기 보고서가 안진으로부터 의견거절 처분을 받으면서 사실상 대우건설은 시장에서 거래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9월에도 총 3896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정황이 밝혀져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 20억 원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징계를 받은 지 1년여 만에 또 다시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우건설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바닥을 친 상황이다.
설사 산업은행이 이를 무릅쓰고 대우건설 조기매각을 강행하려고 해도 투자손실 우려가 발목을 잡는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 지분 37.5%를 주당 1만 5000원에 인수하고 중간에 유상증자를 통해 13.25%의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 지분 매입과 유상증자 등에 투입된 자금은 총 3조 2000억 원이다.
16일 현재 대우건설의 시가총액은 2조 2817억 원에 불과하다.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지분율이 50.75%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시장가치 매각을 통해 거둬들일 수 있는 회수금은 1조 1580억 원에 그친다. 투자손실 규모가 2조 원을 넘어서는 셈이다.
매각할 수도 없고 매각할 명분도 없는 대우건설을 두고 아직까지 산업은행은 조기매각 방침을 쉽사리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당초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구성한 펀드 케이디비밸류제육호유한회사(KDB밸류6호)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과거 한 차례 연장된 KDB밸류6호의 현재 만기는 내년 10월이다. 펀드의 만기가 돌아올수록 함께 펀드 구성에 참여했던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만기 연장 거부 움직임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대우건설 매각을 적극 추진한 뒤 그 결과물을 근거로 만기 재연장을 논의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산업은행 측은 조기매각 방침 유지 결정이 펀드의 만기 연장과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펀드는 어차피 만기가 되면 조치를 취할 상황들이 있겠지만 그 부분까지 생각하면서 (조기매각)하는 건 아니다"라며 "펀드는 만기 전에는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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