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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승계신탁 활용법 [thebell desk]

김현동 자산관리부 차장공개 2017-01-12 08:39:38

이 기사는 2017년 01월 10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장 자격이 없는데도 아들이라고 해서 회사를 맡으면 되겠습니까. 회사는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아들에게는 맞는 일을 찾아주는 것이 아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요. 나중에 회사가 망하는 것보다는 그게 낫지요."

"미래에셋그룹은 제 것이 아닙니다. 열심히 경영하다 사회에 남기는 겁니다. 가족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부를 상속하는 것과 경영권 상속하는 것은 다릅니다."

얼마 전 2선으로 물러난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은 지난 2004년 차남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경영권 분쟁 당시 그는 "동아제약을 오너가 없는 유한양행 같은 회사로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강 회장은 이후 2013년 자신의 지분을 4남에게 넘겼다.

동아제약은 그나마 살아있는 아버지의 뜻대로 경영권이 승계된 경우다. 경영권 승계의 어려움은 롯데그룹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버지의 의사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법원이 중재자가 된다. 그렇지만 법원이 승계를 결정할 수는 없다.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경영권을 상속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가족의 경영 참여 가능성을 배제하고, 미래에셋의 경영권을 '공익 목적'인 것처럼 표현하기도 했다.

동아제약에 미치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경영자는 경영권 승계를 하고 싶어도 제약이 많다. 당장 '어차피 물려줄 것이라면 미리 달라'는 자식들과 합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자식들 간의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 지분을 쪼개서 주다 보면 경영권 승계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가업승계신탁이다. 경영자가 생전에 원하는 자식에게 혹은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주식을 넘기는 방법이다. 생전에는 회사 주식을 자신에게 신탁하고(자기신탁), 원하는 자식을 사후수익자로 지정하는 것도(유언대용신탁)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아직 가업승계신탁을 통해 경영권을 넘긴 사례가 없다. 회사 주식을 투명하게 신탁한다고 해서 특별한 세금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신탁업자 중에서 이런 가업승계신탁을 해주는 곳도 없다. 신탁업자가 '영업신탁'을 할 수 없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도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가업승계신탁은 경영자의 생전 의사에 따라 경영권을 넘길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경영권 분쟁을 방지할 수 있다. 여기에 수익자 연속 신탁을 활용하면 언젠가는 죽기 마련인 창업주가 미래 세대의 경영자를 미리 정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서 신탁제도를 전면 개편할 뜻을 밝혔다. 기왕이면 가업승계신탁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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