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1월 13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11월 우리은행 민영화 입찰이 끝난 직후 외국계 A 사모투자(PE) 운용사 한국대표를 급히 연락해 만났다. A 운용사는 경쟁자들 사이에 낙찰후보 1순위로 지목받아 온 곳이지만, 어쩐 일인지 입찰 직전에 포기했다. 궁금해 참기 어려웠다.A 운용사는 2014년 말 우리은행 소수지분 입찰에도 참여했다 아깝게 낙찰받지 못했다. 세간엔 A 운용사가 꽤나 절치부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입찰 준비까지 보태면 햇수로 3년 넘게 준비했을텐데, 왜 포기해야 했을까.
"PE가 투자할 수 있는 딜이 아니라고 판단 내렸다." 돌아온 대답은 기대했던 것과 사뭇 달라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3년씩이나 준비해놓고 이제와서 투자할 만하지 못하다니. 막바지까지 끌고 온 일을 그렇게 내던지는 A 운용사의 과감함과 냉정함에 먼저 감탄했지만, '투자할 만 하지 않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구구히 해명하려 들진 않았다. 딜에서 빠진 마당에 무슨 말을 해 본들 변명처럼 들릴까 싶어서일까. 다만 "주주로 참여해서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았다"라는 짧은 한마디만 던졌다.
이 말은 결국 PE들이 우리은행 지분을 30% 이상 인수하더라도 이사회 구성이나 은행 경영 판단에 대한 비토 권한, 특히 은행장 선임 등에 실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두달 여가 지난 지금. 국내 재무적 투자자 위주의 과점주주들이 새로 들어왔다. 이들에 의해 새 이사회가 구성됐다. 또 새 은행장을 뽑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은행에 새바람이 인다고 느끼지 못하는 건 기자의 둔한 감각 탓일까.
외풍 차단을 위해 은행 내부 인사들 위주로 선별됐다는 은행장 입후보자 면면들을 보면서 민영화 전과 뭐가 달라질까 하는 회의감부터 든다. 여태껏 우리은행 경영진들이 외부 출신이어서 그렇게 외풍에 휘둘렸던가.
한일 출신인지 상업 출신인지는 지금도 중요한 은행장 선출 포인트가 되는가 보다. 그나마 지금 시국이 어수선해 권력 실세와 누가 동문관계인지를 따지지 않아도 되는 점은 다행스럽다. 물론 정국이 다시 안정화되고 정치권력 지형이 재편되고도 그럴 지는 두고볼 일이다. 단일 최대주주는 여전히 예금보험공사이고, 과점주주들의 면면은 은행 독립경영과 혁신을 이끌어 갈 만큼의 일사분란함이 없어 보인다.
새 과점주주가 들어오면서 우리은행 주가는 미약하나마 올랐다. 민영화 딜 직후이고 새로 구성된 이사회에 거는 기대감이 당연할텐데, 주가가 이 정도도 못오른다면 그게 비정상이지 싶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과점주주들은 새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우리은행의 실제적인 혁신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오랜 관치로 타성화된 것들을 가려내 청산해야 한다. 관료화되고 정치화된 경영 체계도 주주이익과 기업가치 제고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정부가 가진 대주주 지분 일부를 민간과 나눈다고 우리은행 주가가 저절로 오르진 않는다. 흉내만 낸 민영화가 아닌 실질적인 민영화가 진행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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