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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무취' 외평채...기재부, 과도한 의미 부여 [Deal Story]한국경제 체력 입증 자평...한국 크레딧 굳건해 달러 조달 수월 강조

이길용 기자공개 2017-01-16 15:46:30

이 기사는 2017년 01월 13일 17:3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획재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고 자평했다. 10년물 달러화 외평채 사상 최저 금리를 달성하고 일본정부가 보증한 크레딧물보다 낮은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달성한 점을 강조했다. 한국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인하고 벤치마크 금리를 제공해 해외 차입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탄핵 정국 이후에도 한국의 신용등급이 유지되고 있어 최저 금리를 달성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신용도가 흔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인식은 크게 바뀐 것이 없는데 긍정적인 인식을 이끌어냈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산업은행 등이 매년 대규모 외화 조달에 나서고 있어 외평채가 이전과 같은 벤치마크로서의 위상을 가지기는 힘들다. 조달이 수월한 달러화로 발행됐고 발행 규모도 10억 달러로 크지 않아 다른 외평채처럼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해석된다.

◇ 기재부, 외평채 발행 성공에 고무..최저금리, 벤치마크 등 의미 부여

정부는 지난 12일(뉴욕시간) 10년 만기 10억 달러 규모의 외평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니셜 가이던스(최초 제시 금리)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10T)에 70~75bp를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했다. 북빌딩(수요예측)에는 최대 30억 달러까지 들어왔지만 최종 수요는 14억 달러에 그쳤다. 최종 가산금리는 10T + 55bp를 기록했고 쿠폰 금리와 일드(Yield)는 2.75%와 2.871%를 기록했다.

기재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미국 달러화 표시 외평채(10년물 기준)를 발행한 이후 이번에 가장 낮은 금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프라이싱을 진행한 1월 11일 기준으로 일본정부가 보증하는 JBIC(일본국제협력은행) 10년물 유통금리 56bp보다도 가산금리가 낮다는 점을 부각했다. 우리나라와 동일한 등급을 보유한 캐나다 온타리오주(무디스 기준 Aa2)의 10년물 유통금리와 비교해도 역시 1bp가 낮았다.

기존 달러화 표시 외평채 10년물 발행 실적

기재부는 이번 외평채 발행의 의의로 한국경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재확인했다는 점을 뽑았다. 외평채를 발행해 한국물(Korean Paper·KP)의 벤치마크 금리를 제공해 민간부문의 해외 차입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신용부도스왑(CDS·Credit Default Swap)의 기초자산인 외평채의 유동성을 공급해 CDS 프리미엄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낮춰 CDS가 대외신인도 지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 탄핵 정국에도 등급 유지...달러화 조달 수월, 외평채 역할 축소

대한민국의 신용등급은 2015년 무디스가 Aa3에서 Aa2로 한 노치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8월에는 S&P가 합세해 AA-에서 AA로 등급을 올렸다. 피치만 AA-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정국 돌입된 이후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는 했지만 한국의 신용등급을 굳건하게 유지했다. 이들은 정치 상황이 한국경제의 튼튼한 펀더멘털들 흔들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채권을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로 고려하는 것은 신용등급이다.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에도 불구하고 등급은 유지됐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으로 돌변했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10년물 기준으로 발행된 것이 2013년이 마지막인데 이 때보다 신용등급이 한 노치씩 상향됐고 금리도 하락한 상황이라 가산금리 55bp와 2%대 금리는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아베 정권 탄생 이후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인해 국가 신용등급이 우리나라보다 두 노치 낮아 일본 준정부채보다 금리가 낮은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신용도가 우량해지면서 선진국인 일본과 캐나다 수준에 근접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이를 꼭 외평채로 확인할 필요는 없다. 이미 지난해부터 발행된 준정부채들을 통해 국제 금융 시장에서 선진국 물량과 비교해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수치로 입증했다.

외평채를 통해 벤치마크 금리를 제공한 것으로 기재부는 설명했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매년 수십억 달러의 외화채권을 발행한다. 외평채 말고도 이들이 충분히 한국물의 벤치마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국책은행은 소버린(Sovereign) 채권에 근접할 수 없지만 워낙 발행 물량이 많고 횟수가 잦아 국제 금융 시장에서는 사실상 달러화 외평채를 대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신용등급이 낮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국가가 총대를 메고 외화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경우가 일상적이지만 AA급 우량채로 거듭난 한국물에서 외평채가 달러화로 발행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이전만 못하다. 외평채가 발행돼서 외화 차입 비용이 절감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크레딧이 우량해졌고 국책은행이 이미 벤치마크 금리를 많이 끌어내린 상황이라 외화 차입 비용은 선제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2014년 정부는 외평채를 발행하면서 30년 만기 10억 달러 글로벌본드와 10년 만기 7억 5000만 유로화 채권을 발행했다. 30년이라는 초장기물 발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외평채를 통해 알려준 딜이다. 2015년에는 위안화 외평채를 발행해 중국 본토에서 투자 수요를 끌어모으는 역할을 했다. 이번 외평채에서는 이런 의미 부여를 할 만한 요소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신용도가 우량해지면서 외평채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정치 상황이 혼란스럽더라도 신용도는 굳건하기 때문에 엄청난 달러화를 조달한다던가 새로운 통화를 발굴하는 등 색다른 시도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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