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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U커브 [WM라운지]

이윤학 100세시대연구소 소장공개 2017-02-03 14:38:21

이 기사는 2017년 02월 01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어디일까?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다. 네차례 보고된 것 중에 세 번이나 덴마크가 1위에 올랐다. 우리나라 삶의 만족도는 OECD국가 중 뒤에서 여덟 번째였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비회원국인 러시아, 아르헨티나보다 낮았다.

사실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소득이나 복지수준이 아니다.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사람, 즉 사회적 지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불안이 큰 사회이다. '믿고 의지할 친척 혹은 친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모든 연령에서 긍정적인 대답이 매우 낮게 나왔다.

특히 40~50대 중년의 경우 OECD 국가 중에 가장 낮거나(50대) 뒤에서 3번째(40대)였다. 실제 행복 1위 국가 덴마크 사람들은 일과 개인의 삶을 균형 있게 잘 분배해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 덴마크 사람의 78%가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저녁이 있는 삶'이 쉽지 않다. 오히려 사회와 가정의 중심축인 40~50대의 삶이 가장 고달프다. 이런 현상을 '슬픈 U커브'라고 부르고자 한다. 젊은 20대에 높던 삶의 만족도가 30대에 떨어지기 시작해 40~50대는 급격히 추락한다. 그리고 60~70대에는 다시 상승해 U자형 곡선을 그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U커브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슬픈 사연이다.

실제 우리나라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삶에 대해 만족, 다소 만족 혹은 매우 만족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20대는 83%였다. 반면 나이가 들수록 만족도는 하락해 40대, 50대까지 추락하다가 60대 초반에 다시 높아진다. 그리고 60대 후반 이상이 되면 78%로 정점을 찍는다. 결국 우리 사회의 중심축인 40~50대의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중년들의 행복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2년전 어느 경제연구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영업하는 40대 이혼남'이라는 통계추정치가 나왔다. 내수불황에 허덕이니 당연히 직장인보다 자영업자가 힘들고, 연령별로는 자녀교육비 등 생활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40대의 허리가 휘니, 가정이 파탄 난 이혼남이 가장 불행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사실 통계에 따르면 40대들의 경제적 행복장애물로 '자녀교육'을 가장 많이 꼽은(42%) 반면 50~60대는 '노후준비부족'을 꼽아서 차이를 보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40~50대 중년들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에서 최악으로 10만 명당 28.7명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남성의 자살률은 43.3명으로 세계 최고다.

실제 우리나라는 25년 전보다 자살률이 3.6배나 증가했는데, 특히 25년 전에는 20~30대 젊은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살률 전체에서 40~50대 중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남성 42%, 여성 3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삶의 개척에 대한 열정도 역시 '슬픈 U커브'다. 지난해 말 한 언론에서 '열심히 일해도 계층이동은 불가능하다'고 답한 성인남녀는 전체의 44%였다. 거의 절반가까이 계층이동이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한, 즉 '계층이동이 가능하다' 라고 한 30대는 36%인 반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낮아져 40대 24%로 낮아진다. 그리고 50대부터 다시 높아져 60대 40% 수준으로 정점에 달한다. 즉 사회 초년생인 젊은 20대보다 사회경험이 많은 40대들이 현실을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으며, 심지어 나이든 50~60대보다도 더욱 계층이동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대한민국 중년들은 계층이동에 대한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삶의 여유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여가활동에서 해외여행빈도 역시 40대가 가장 낮았다. 여행이 대표적인 여가활용 방법이고 특히 해외여행은 시간과 경제력 모두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40대의 '슬픈 U커브'는 여기서도 관찰된다. 최근 1년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중산층의 비율이 30대가 36%인 반면 40대는 20%로 뚝 떨어졌다. 50대는 다시 26%로 올라갔다.

가구별로도 1~2인가구의 해외여행 빈도는 31%였지만 3~4인가구의 경우 26%수준으로 낮았다. 5인이상 가구는 다시 31%수준으로 올라갔다. 40대의 경우 대부분이 가족을 구성해 자녀를 한 명 혹은 두 명을 둔다는 점에서 사실상 3~4인 가구주는 40대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가구원 수에서도 '슬픈 U커브'가 나타난다. 결국 이것 역시 40대 중년의 슬픈 현실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그럼 가정 내에서 40대들의 소통은 어떨까? 특히 배우자와의 소통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배우자와 일평균 1시간 이상 대화하는 비율에서도 '슬픈 U커브'가 나타나고 있다. 20대 부부의 대화비율이 64%인 반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하락한다. 30대에 37%, 40대에는 배우자와의 대화비율이 26%까지 하락한다. 50대에 다시 대화비율이 올라가기 시작해 60대 40%, 70대 48%로 상승한다.

이는 갓 결혼한 세대의 알콩달콩한 부부 대화나 60~70대 노년의 서로에게 의지하는 정겨운 대화와는 달리 중년, 특히 40대 부부의 대화시간이 매우 적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만큼 '먹고 살기 바쁜' 현실의 고단함에 대화 없는 중년의 가정생활이 이뤄지는 것이다.

슬픈 U커브는 삶의 만족도가 낮은 저녁이 없는 삶을 넘어서, 열심히 일해도 계층이동이 쉽지 않은 희망이 없는 삶, 게다가 여행조차 갈수 없는 여가가 없는 삶, 여기에 가정 내 배우자와 소통이 없는 대화가 없는 삶까지. 중년인 40~50대들의 '4무(無)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중년들의 삶에 대한 고단함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들이 우리사회의 허리고, 중심축이기 때문이다. '슬픈 U커브'가 '행복 커브'로 바뀌기를 기원한다.



이윤학 NH투자증권 소장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Stratigiest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Stratigiest
우리투자증권 신사업전략부 이사
現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
[수상]02~06년 조선일보, 매경, 한경, 헤럴드경제 선정 베스트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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