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2월 30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고 이래로 인간의 장수에 대한 욕망은 집요했다. '늙으면 죽어야지'는 3대 거짓말 중 늘 첫 번째로 꼽히는 거짓말이다. 철학자 스티븐 케이브(Steven Cave)는 죽음의 패러독스(Mortality Paradox)를 이야기하면서 인간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영원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실제 육체적 불멸을 꿈꾸었던 고대 이집트인들은 미이라를 만들었고, 그들의 불멸의 체계를 뒤흔들었던 '네페르티티' 왕비를 역사 속에서 완전히 지워 버리려고 했다. 진시황제도 불로불사를 꿈꾸며 그의 충신이었던 서복(徐福)을 동쪽의 신산으로 보냈지만 돌아오지 않았고, 그를 기다리던 진시황은 결국 50세에 죽음을 맞이 하였다.현실로 돌아와서, 불멸은 아니더라도 네페르티티나 진시황제보다 오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장수의 조건'은 무엇일까? 흔히 100세 이상 장수하는 인구비율이 월등히 높은 지역을 '블루존'(Blue Zone) 이라고 한다. 이 블루존에 사는 100세이상 고령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장수의 비결을 음식에서 찾으려고 한다. 음식이 신체에 영양을 공급하는 핵심 공급원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블루존에서 공통된 음식을 찾기가 사실 쉽지 않다. 굳이 공통점을 말하라고 하면, 블루존의 고령자들은 예외 없이 '소식(小食)'을 한다.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하라하치부'(腹八分)라고 해서 배가 80% 정도만 차면 그만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탈리아 사르데냐의 할아버지 목동들도 평생 살이 찐 적이 없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블루존 지역은 대부분 고원지대 등 척박한 땅이어서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은 삶을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100세 시대를 살아가면서 행복한 삶의 필수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일'이다. 일본 오키나와의 고령자들은 '이키가이'(生き甲斐 : 살아가는 이유)라고 하는 삶에 대한 목적을 자신의 역할, 일에서 찾는다. 사실 오키나와의 말에는 '퇴직'이라는 의미의 단어가 없다. 사르데냐의 목동 할아버지들은 평생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양떼를 몰면서 몸을 움직였고, 미국 로마린다의 장수마을에는 90대 의사가 수술에도 참여하고, 100세 할머니가 자원봉사를 하면서 살아간다. 중남미 니코야 반도의 고령자들은 자신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인생의 계획'(plan de vida)이라고 부른다. 자신이 필요한 존재임을 느끼는 과정이다. 그들은 평생 육체노동을 즐겁게 해왔으며 일상적인 허드렛일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다음은 '관계'이다. 자신을 둘러싼 가족, 이웃, 지역과의 강한 유대감, 소속감이 그들의 행복한 삶을 지탱해준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에서는 노인을 위한 장기요양시설이 아예 없다. 그래서 자식들은 그들의 부모들이 요양시설로 들어간다면 '가족의 수치'라고 생각한다. 샤르데나의 젊은 세대들 은 자신을 키워준 부모와 조부모에게 애정이라는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르데냐에서는 '아케아'(Akea)라고 인사를 한다. 그 의미는 "100세까지 사세요"라는 뜻으로 이미 그들의 지역사회에서는 장수를 당연한 삶의 축복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오키나와 할머니들은 '모아이'(模合)라는 친목계를 통하여 인간적인 유대를 쌓는다. 소속감과 연대감을 높이는 사회적인 네트워크인 셈이다. 니코야 반도의 장수마을에는 독거노인이 없다. 대부분 많은 자손들과 한 집에서 살며 가족의 보살핌 속에 유대감을 가지며 살고 있다.
그런데 이들 블루존의 고령자들은 경제적인 독립, 즉 자급자족적 경제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 현재의 한국사회 고령자와 다른 점이다. 한국은 빠르게 산업화되면서 도시화의 진행속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빨라서 상당수 중산층이 은퇴 이후 자급자족적 경제생활이 불가능한 환경이다. 행복한 노후의 본질적인 기반은 재정적인 안정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중산층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중산층의 소득과 자신들의 실제 소득간의 비교는 이상과 현실을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100세시대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 중산층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소득은 평균 511만 원이다. 가장 많이 선택한 소득구간(32%)도 500만~550만 원으로 한국의 중산층은 대략 500만 원 정도의 월수입, 연봉기준으로 6천만원 정도는 되어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 사회생활이 상대적으로 많은 남자(514만 원)가 여자(507만 원)보다 조금 많이 예상하였다. 특히 연령대와 가구원수에 따라 확연하게 정비례관계가 나타났다. 30대(506만 원)보다 40대(509만 원)와 50대(519만 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중산층의 소득이 더 많았는데, 이는 현재 자신이 받은 월소득의 기반 위에서(30대 339만 원, 40대 379만 원, 50대 382 만원) 바람직한 중산층의 소득을 추론할 결과가 아닌가 싶다. 더구나 연공서열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국사회에서 소득의 수준이 나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는 점에서 나이가 많을수록 현재 받는 월소득과 함께 그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중산층의 월 소득도 모두 많아지는 정비례 관계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현재의 소득과 바람직한 중산층의 소득에 대한 생각은 각 소득층위별 소득과도 거의 정비례하였다. 하위 중산층(235만 원), 중위 중산층(346만 원), 상위 중산층(448만 원)이 현재 월소득으로, 바람직한 중산층의 소득은 하위 중산층(431만 원)과 중위 중산층(493만 원), 상위 중산층(566만 원)의 순과 같았다.
이러한 현재소득, 연령별, 가구원수, 소득층위와 중산층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중산층의 소득간의 정비례 관계는 중산층의 판단기준이 현재의 자신의 상황에 근거하고 있음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젊을수록, 1인가구일수록, 소득이 낮을수록 그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중산층의 소득도 낮은 것이다. 결국 중산층이 가지고 있는 바람직한 중산층의 소득에 대한 생각은 '현재가 미래를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상에서는 우리나라에는 '부의 순환고리' 가 존재한다. 즉 학력이 높으면 좋은 직장을 가지고, 그에 따라 소득이 많아진다. 그 소득이 쌓여서 자산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그리고 고소득과 자산은 구매력을 좌우하여 소비로 이어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부모의 소비능력은 자녀의 교육에 영향을 미쳐서, 다시 자녀의 학력을 높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즉 '부의 순환고리'가 완성이 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금수저'의 탄생이다. 슬프지만 이게 현실이다. 부의 순환고리가 결국 금수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블루존의 장수비결은 일과 관계이다. 좀 씁쓸하지만 이제 고령화가 시작된 우리나라에서의 생존비결은 부모를 잘 만나거나,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이다. 사회안정망과 복지의 공평성이 담보되고, 직업에 대한 차별이 없어지지 않는 한, 부의 순환고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어찌 하겠는가? 일단 생존을 해야 장수를 생각할 수 있으니…
이윤학 NH투자증권 소장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Stratigiest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Stratigiest
우리투자증권 신사업전략부 이사
現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
[수상]02~06년 조선일보, 매경, 한경, 헤럴드경제 선정 베스트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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