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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선장 잃은 이재용號, '시계제로' 격랑 속으로최소 수개월 총수 공백…비상경영체제 '현상 유지' 한계

정호창 기자공개 2017-02-17 08:17:01

이 기사는 2017년 02월 17일 0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돼 영어의 몸이 되면서 삼성그룹이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상태에 직면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자리를 비워 향후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 해도 최대 7개월 가량 정상 항해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재계에선 삼성그룹이 당분간 각 계열사 이사회를 중심으로 현안에 대처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주요 사안에 대해서만 제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임시체제에선 그룹의 명운을 결정할 중요 의사결정이 불가능해 이 부회장 복귀 전까진 '현상 유지'에만 주력하는 소극적 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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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은 17일 새벽 5시 35분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청구를 심리한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사법연수원 31기)는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 혐의 등의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전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시작해 19시간의 마라톤 검토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에 따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대기하던 이 부회장은 즉시 수감 조치됐다. 이로써 삼성그룹은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를 맞게 됐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 중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차남인 고(故)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이 과거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구속된 사례가 있으나, 그룹 경영을 맡고 있는 현직 총수가 수감된 적은 없다.

영어의 몸이 된 이 부회장은 향후 3~7개월 가량 구속 상태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이 그를 기소한 뒤 공판 과정을 거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야만 수감 생활을 벗어날 수 있는데, 특검법에 따르면 기소 후 재판에 넘겨진 뒤 1심은 3개월 이내 선고가 이뤄지도록 돼 있다. 2심과 3심은 2개월 이내에 선고를 내리도록 규정돼 있다.

1·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지 못한다면 대법원 선고에서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최대 7개월간 구속 상태를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일부 혐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수감 생활이 수년간 이어질 수도 있다.

형사소송절차상 기소 전 구속적부심을 신청하거나 기소 후 보석을 신청해 인신 구속을 피하는 방법이 존재하나, 10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은 청구와 인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삼성그룹의 총수 부재 상태는 최소 3개월 가량 이어질 전망이다. 이 기간 동안 삼성그룹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해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는 한편, 그의 석방을 위한 법적 대응에 사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선 삼성그룹이 각 계열사 이사회 중심의 독자 경영체제로 현안에 대처하는 방식의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이 부회장이 그간 강조해 온 경영방침에 부합하는 운영방식인데다,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위상이 추락한 현 시점에서 선택하기 가장 용이한 대안에 해당한다.

이 부회장이 공언한 미래전략실 해체는 당분간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 최고 의결권자의 부재로 그룹 차원의 현안을 조율하고 결정할 컨트롤타워 존속이 불가피하고, 무엇보다 이 부회장 석방시까지 법률적 대응을 담당할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혐의와 관련된 계열사가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기획,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여러 곳이기 때문에 미래전략실 법무팀을 유지하는 것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법적 대응에 훨씬 유리하다.

미래전략실 운영은 현재와 같이 실장인 최지성 부회장이 계속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구속하는 대신 삼성그룹의 경영공백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2인자인 최 실장에 대해선 불구속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다만 최 실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모두 특검 수사의 피의자 신분인 점, 공개적으로 해체를 약속한 점 등을 감안하면 미래전략실의 역할은 최소화 될 것으로 보인다. 각 계열사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그룹 현안이나 주요 안건 결정과 조율은 사장단 협의회 등을 통한 집단의사결정 기구에서 처리할 것으로 전망되며, 미래전략실의 활동은 회의 소집과 지원, 간사 역할 정도에 그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이 같은 비상경영체제 전환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의 경영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각 계열사 이사회가 사별 현안에는 대처할 수 있어도 그룹의 미래와 직결된 중대 사안이나, 다수의 계열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엮인 문제에 대해선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 복귀시까지 '현상 유지'에 방점을 둔 소극적 경영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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