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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초격차 전략' 훼손 우려, 투자감소 불보듯세계 1위 ‘낸드플래시·OLED' 동력 상실 가능성 고조

이경주 기자공개 2017-02-17 08:17:25

이 기사는 2017년 02월 17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2년 동안 사상 최대 수준의 시설투자(CAPEX)를 집행했다. 삼성전자의 사업 텃밭을 노리고 있는 중국업체들이 추격하지 못하도록 기술 간격을 벌리기 위한 '초격차 전략'에 따른 선제투자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전자는 대형 투자를 결정할 선장을 잃었다. 관련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과감한 투자 전략이 위축돼 후발주자들과의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우려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2016년 경영실적 IR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형자산 취득액은 24조 1400억 원에 달한다. 2015년은 25조 8800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2년간 50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한 셈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8조 원 수준에 그쳤던 투자액을 2010년~2013년 22조 원 내외로 대폭 늘린데 이어 최근 더욱 고삐를 조여 왔던 상황이다.

삼성전자 카펙스 현황

이 같은 투자비 상향의 배경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자본력을 갖춘 중국업체들이 매섭게 추격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스마트폰과 TV 등 세트 사업에선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상태다.

시장분석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 삼성전자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2.8%로 전년(24.7%) 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화웨이 등 중국업체 7개사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33.4%에서 37.4%로 4%포인트 상승했다. 중국업체 점유율 총합은 이미 삼성전자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11년 째 1위를 유지하고 있는 TV시장 역시 중국업체들이 턱밑까지 추격해 온 상태다. 지난해 삼성전자 TV 출하량은 4790만 대인데, 중국 업체들이 절반 규모인 2600만 대까지 따라왔다. 3위 하이센스가 1330만대, TCL 1320만 대다. 지난해 상위 5위권 업체 중 출하량이 증가한 곳은 하이센스와 TCL 뿐이다.

세트 사업은 삼성전자 뿐 아니라 LG전자, 애플 등 모든 선두업체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경기 침체로 글로벌 수요는 둔화되고 있는데 저가 전략을 내세운 중국업체들의 공세는 날로 거세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진입장벽이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B2B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집중 육성해 왔다.

2015년 반도체 투자비는 14조 7000억 원, 디스플레이는 4조 7000억 원으로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는 반도체 13조 2000억 원, 디스플레이 9조 8000억 원으로 투자 비중이 90%를 상회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해당 분야 세계 최고에 도달한 상태지만, 중국이 최소 수년은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기술 격차를 더 벌려 미래 수익을 지키겠다는 전략에 따라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 왔다. 이 같은 전략과 투자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성장성이 높은 낸드플래시(Nand Flash)와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부문에서 글로벌 1위 사업자 지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이 같은 초격차 전략이 동력을 상실하게 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매출 200조 원 규모의 거대 기업이지만 전문경영인이 오너의 재가 없이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부터 2대 이건희 회장, 3대 이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그룹을 이끌어 왔다. 그만큼 총수 공백 여파가 다른 기업보다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당장 향후 업황 변동에 따라 필요한 적기 투자 결정을 실기할 우려가 크다. 전자 부품사업은 고객사 수요 뿐 아니라 경쟁사의 공급도 실적에 커다란 변수가 되기 때문에 경쟁사와의 기술격차를 고려해 수년 후를 예측하고 골든 타임에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중소형 OLED패널 사업의 경우 OLED 진영에 합류한 애플이 내년부터 패널 수급을 더욱 늘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지난해(약 10 조원)에 이어 올해도 수조 원대의 투자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향후에도 중국 고객사 합류와 LG디스플레이 등 경쟁사 진입을 고려해 추가 투자 여부를 결정 지어야 할 시기가 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구속으로 적기에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경우 힘들게 쌓아온 후발주자와의 기술 격차가 한 순간에 좁혀질 우려가 있고 이를 회복하는 데에는 잃은 시간보다 몇 배나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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