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반도체 산증인, "코미코에 '불황'은 없다" [IPO & CEO]김태룡 코미코 대표이사
김시목 기자공개 2017-03-03 16:37:19
이 기사는 2017년 02월 28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슈퍼 사이클(Super Cycle)'이 오긴 온 것일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은 일제히 역대급 영업실적을 올렸다. 전후방업체들도 향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릴 것이란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하지만 상당수는 '호황이 끝나면?', '슈퍼 사이클이 끝나면?'이란 리스크에 취약하다. 항상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은 당연하지만 마땅하 대안도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삼성전자와 국내 반도체 시장의 '산증인' 김태룡 코미코 대표이사(사진) 역시 그래서 더 불황에 강한 기업 만들기에 골몰했다.
그는 30년 이상 반도체 시장에서 생사고락을 하면서 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고 불규칙해지고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반도체 세정·코팅사업에서의 유지보수 경쟁력 강화, 현지화 전략, 국내외 고객사 확대 등 모두가 호황은 물론 불황에도 대처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었다.
◇ 삼성전자 출신 반도체 장인…코미코 손을 잡다
대구 출신의 김 대표이사는 삼성전자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84년 대학을 졸업한 뒤 바로 상경했다. 당시 반도체사업은 국내에선 불모지였다. 아무런 기반도 터전도 없었다.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일을 배웠다. 선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국내 경제를 이끄는 중추 산업이 됐지만 30년여 전만 하더라도 반도체는 '그저 그런'보다 못한 분야였다.
그는 "반도체 일을 한다고 하면 지인들은 유명했던 반도패션에서 일하는 의류업종 종사자라고 생각할 만큼 아는 사람이 없었다"며 "지금이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굴지 대기업의 주요 수익원이 됐지만 당시엔 성공할 수 있을 지 없을 지 누구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동료들의 반도체란 것에 대한 치열함과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만큼은 투철했다"고 덧붙였다.
치열함과 소명의식 덕분이었는지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반도체 회사가 됐다. 이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간판 기업의 핵심 먹거리가 됐다. 하지만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반도체 사이클은 기업들에 상당한 리스크였다. 4년 주기의 올림픽 사이클은 금융위기 이후 사라지고 갈수록 짧고 예측 불가로 움직였다.
다만 김 대표이사 개인에겐 그 자체가 온전한 '스터디'였다. 삼성전자에서 국내 반도체 시장의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30년 가량의 반도체 시장 내 수 차례 업황 사이클은 그에게 누구도 따라올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시장을 보는 안목을 키워줬다. 물론 정확한 사이클을 예상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절박함만은 절실하게 깨우쳤다.
2013년 그는 인생의 전부라 여겼던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세정·코팅을 전문으로 하는 코미코(현 미코)로 적을 옮겼다. 사실 그와 코미코의 인연은 지난 2007년 시작됐다. 김 대표이사는 삼성전자의 텍사스 공장에서 반도체 라인 구축 프로젝트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반도체 사업의 핵심이랄 수 있는 원가경쟁력 면에서 코미코가 최고였다고 한다.
그는 "당시엔 발주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위해 다양한 접촉을 했지만 코미코를 따라올 만한 곳은 없었다"며 "코미코와 손을 잡고 당시 준공식에도 참여해 별도 축사를 하기도 했지만 내가 코미코에서 일을 하게될 꺼라곤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코미코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지만 어찌보면 '우연 같은 필연'이란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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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보수, 현지화 등 사전 대응…세계 1~3위 반도체사 주요 고객
그는 대표를 맡은 이후 바로 장기비전 수립에 들어갔다. 2020년까지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하겠단 포부였다. 2013년 분할 설립된 해 5개월(8월~12월) 매출은 약 280억 원 가량. 연환산 수치는 600억 원이었다. 결과적으로 대표를 맡은 이후 그의 목표는 점차 현실이 돼가고 있다. 2014년과 2015년 각각 706억 원, 841억 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는 1000억 원에 육박했다.
김 대표이사는 "설립 이후 별다른 활황 사이클도 아니었지만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며 "최근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예상되는 등 지금까지 보다는 더욱 가파르게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반도체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불황에 대비해온 코미코의 경쟁력 역시 자신했다. 호황일 때는 당연히 누구나 수혜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어 티가 안나지만 불황에 강할 때가 진짜 알짜배기라 믿었다. 불황시 반도체 경쟁력이 원가경쟁력이 핵심인 만큼 코미코가 가진 유지보수 등의 기술력으로 시장에서 충분한 존재감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
침체에 대비에 주요 해외 거점지역에 공장을 설립하며 준비해온 현지화 전략도 검증을 마쳤다. 생산거점 지역 내 수요는 언제든 현지에서 대응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코미코가 올린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해외(54.6%, 54.3%) 비중이 높았다. 현재 미국 텍사스 오스틴, 싱가포르, 대만, 중국 등 4곳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오스틴법인의 규모가 가장 크다.
고객사들 역시 국내외 쏠림이 없다. 상당수 반도체 세정·코팅사들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한중에 편중된 구조를 보이고 있지만 코미코는 양 사에서 주문을 받는다. 또 인텔(Intel), TSMC, TI, Micron, NXP 등의 글로벌 고객사를 두고 있다. 인텔과 TSMC는 세계 반도체기업 가운데 매출 순위 1위(20.2%)와 3위(10.1%)다. 2위 역시 삼성전자(15.2%)로 '빅3'가 모두 고객이다.
그는 "코미코의 사업전략 중 핵심은 글로벌화로 과거도 그랬고 지금도, 향후에도 끊임없이 진행할 것"이라며 "조달자금 역시 해외 거점지역 투자에 투입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와 해외 고객사들 역시 반도체 공장이 있는 곳으로 와달라는 오퍼를 많이 해오고 있기 때문에 투자와 수익 그리고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미코는 반도체 핵심공정의 부품에 대한 세정·코팅사업을 영위한다. 모회사인 미코가 지분 '50%+1'주, 재무적 투자자(FI)인 케이씨엠홀딩스(KMC Holdings)가 '50%-1'주를 보유했다. 내달 7일과 8일 이틀간 IPO 수요예측이 진행된다. 신주모집(40%)과 구주매출(60%)을 병행한다. 공모액은 275억~325억 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1050억 원으로 추산된다.
* 김태룡 대표이사 약력
- 경북대학교 전자공학 학사 (1984년)
- 삼성전자 Memory사업부 팀장(상무)(1985년~2011년)
- 인프라기술센터 건설팀장(상무)(2011년~2012년)
- 삼성전자 자문역(2012년~2013년)
- 코미코 대표이사(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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