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3월 07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펀드 기준가요? 생각보다 오류가 잦아요. 얼마 전 한 운용사에서 자사의 해외펀드 기준가가 잘못 나왔다고 전화가 왔어요. 근데 원래 공시보다 기준가가 더 낮아져서 펀드를 환매한 고객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해야 하는 상황인 거에요. 그래서 저희는 말을 못하니까 운용사한테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시중은행의 펀드 담당자 A씨는 최근 해외펀드 기준가 오류 때문에 난처한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운용사 입장에서야 책임지라는 말이 억울하겠으나 판매사에서는 고객에게 돈을 더 돌려주는 게 아닌 이상 오류에 대해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항변했다. A씨는 "차라리 펀드 기준가가 빨리 나오는 것보다는 정확하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발생한 펀드 기준가 오류는 총 177건(3월 6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 중 대부분이 해외펀드에서 발생했고, 당일에 기준가를 산출해야 하는 아시아펀드의 오류가 특히 많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와 시차가 1시간 30분 이내인 지역의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의 기준가를 당일에 산출하도록 하고 있다.
펀드의 기준가를 산출하는 펀드 서비스업체들은 이 같은 오류가 "해외펀드 기준가 산출 시점이 너무 빠듯해서 생기는 일"이라고 말한다. 일단 펀드 서비스회사가 운용사의 최종 운용지시를 밤늦게 받게 되면 기준가 산출도 자연스럽게 지체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거래의 경우 자동화된 시스템이 갖춰진 경우가 적어서 운용지시 사항을 엑셀, 워드, PDF파일 등으로 준다"며 "직원이 일일히 확인해가며 손으로 입력해야 하는 구조"라고 했다. 그래서 펀드 서비스업체의 직원들에게 야근은 일상이고, 운용사나 수탁은행과 기준가를 교차 확인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부터 금융투자협회에서는 판매사, 운용사, 펀드 서비스회사 등을 모아 해외펀드 기준가를 익일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왔다. 하지만 결국 업계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논의는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특히 대형 판매채널인 은행의 냉담한 반응이 논의를 더 진척시키지 못하게 했다. A씨와는 달리 대다수의 시중은행 펀드 담당자는 "펀드 서비스회사의 사람을 더 뽑으면 될 일"이라며 "기존에 해오던 일을 굳이 바꿔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도 했다. 또 "펀드 기준가가 늦게 나오면 자동으로 환매확정일도 늦어져 고객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결국 검증할 시간적인 여유를 달라는 펀드 서비스회사의 입장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아무 것도 바뀌지 않게 되면서 판매사는 불편을 겪지 않게 됐지만 정작 중요한 점은 간과했다. 반복되는 오류로 점점 무너지고 있는 펀드에 대한 신뢰는 방치한 것이다. 과연 기준가라는 기본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펀드 시장에 신뢰가 돌아올지 의문이다. '빨리'보다는 '정확하게'가 먼저일수는 없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김슬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이슈 & 보드]'10조 자사주 매입' 삼성전자, 과거와 다른 점은
- [이슈 & 보드]삼성전자 자기주식 매입, 허은녕 사외이사만 기권
- [이슈 & 보드]'시총 20조 목전' 메리츠금융, 돋보인 밸류업 결단
- [그룹 & 보드]정교선의 현대홈쇼핑, 밸류업 빠진 이유 '정체된 성장'
- [그룹 & 보드]'닮은꼴' 현대백화점그룹, 핵심지표 일제 상향 기대
- [그룹 & 보드]현대지에프 장호진 대표, 오너 일가 최측근
- [그룹 & 보드]지주사 전환 1년 현대백그룹, '밸류업' 원동력은
- [2024 이사회 평가]몸집 키우는 솔루스첨단소재, 이사회 점수는 '50점'
- [Board change]상장 닻 올린 롯데글로벌로지스, 이사회는 '완성형'
- [thebell interview]"커지는 이사회 역할, 사외이사 보상 현실화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