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3월 15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제야 모든 게 제자리를 찾겠구나 하는 희망을 갖는다. 우리를 자괴감 속에 헤매게 했던 혼돈의 시간들은 머지않아 또렷한 기대감으로 대체될 것이다.그 혼돈의 시간에 드러난 정경유착의 밑바닥은 역겨웠고, 보는 이들을 착잡하게 했다. "시대가 어느 땐가"라고들 했지만, 최고 권력의 하수인 몇마디에 기백억의 재단이 뚝딱 만들어진 정황이 특검과 청문회로 생중계됐다.
물론 그 불법의 과정들이 권력과 기업 양자 모두의 위법과 귀책에 의한 건지, 권력의 일방적 포악질 때문인지에 대해선 단정하지 않겠다. 시비를 가리기 위해 사법적 판단에 맡겨졌고, 아직은 결론을 기다리는 중이니 뭐라 언급할 계제가 아니다.
'내가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이 됐나' 싶은 자괴감마저 드는 몇달이었지만, 그래도 또 새로운 희망을 목격할 수 있어 위안이 됐다. 무엇보다 국내 인수합병 역사상 최대 규모 거래가 그 와중에 성사된 것은 국내 기업사에 길이 남을 하나의 사건이다.
지난 11일 삼성전자는 하만(Harman) 주주총회 승인과 미국을 비롯한 반독점 심사 대상국 10곳의 승인 등 인수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쳤다고 공식 발표했다. 거래 금액이 자그마치 80억달러, 우리 돈으로 9조2000억원이다. 지난해 11월 하만 인수계약을 맺은지 4개월 여만이다.
그 4개월 사이 작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오너이자 경영권자가 특검에 수차례 불려 다니더니 결국 구속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늘 그래왔듯 미디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집단의 미래를 걱정하는 글들을 쏟아냈다.
특히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을 위해 야심차게 진행해 온 하만 인수 거래가 암초를 만났다며 일제히 우려했는데, 정작 당자인 삼성전자는 한치의 흔들림 없이 거래를 이뤄내는 저력을 만방에 보였다.
우리는 그간 기업 성장의 미래가 걸린 대형 M&A와 투자가 기업 총수의 불미스런 유고 상황마다 볼모로 잡히는 모습들을 번번히 목도해오곤 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도, '과연 삼성전자는 다르구나' 하는 뿌듯함마저 느끼게 된다.
영어의 몸이 된 그 젊은 총수는 어쩌면 생각보다 괜찮은 경영자일지 모르겠단 생각도 든다. 그의 위상이라면, 게다가 이 나라에서라면, 9조 짜리든 10조 짜리든 맘만 먹으면 얼마든 거래를 볼모로 잡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시장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삼성전자 주가는 하만 인수를 자축하듯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총수의 부재 중에 그 큰 거래를 이뤄낸 삼성전자에 다시금 박수를 보낸다. 삼성이 시작하면 따른다고들 했던가. 이제 더 이상 기업의 성장 기회가 총수의 처지 때문에 볼모 잡히는 일이 국내 어떤 기업들에게도 생기지 않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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