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4월 12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빙그레가 유형자산 취득 등 설비투자보다 단기금융상품 투자에 더 많은 자금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 부담이 적은 만큼 여유 자금을 투자 목적으로 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금화가 용이한 단기금융상품 투자액이 늘면서 빙그레의 현금성 자산은 설립 후 처음으로 2000억 원을 넘어섰다.

빙그레는 식음료 업계의 대표 알짜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국내 1위 브랜드인 '바나나맛 우유'와 떠먹는 요구르트의 대명사 '요플레', 국내 최초 원유 사용 아이스크림 '투게더'가 모두 빙그레 제품이다. 냉장과 냉동 식품군에서 1등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탓에 매년 300억~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벌어들이고 있다. 비현금항목 조정을 통해 실제 유입되는 현금은 6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설비 투자 부담은 적다. 수요가 일정해 추가 증설에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존 생산 시설에 대한 유지 보수 수준의 비용만 들어가고 있다. 실제 빙그레는 지난해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 655억 원 가운데 259억 원 만을 설비 투자(유형자산 취득)에 썼다.

여기에 추가로 110억 원 수준의 배당금이 매년 정기적으로 지출된다. 현금 유출입을 따져보면 결과적으로 연간 200억 원 이상의 유보 현금이 생기는 셈이다.

빙그레는 이 현금을 그대로 내부 곳간에 쌓아두고 있다. 단순히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1년 미만 정기예금이나 수시입출금예금(MMDA),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금융상품 투자를 통해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빙그레의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은 2011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1년 당시 1266억 원 수준이었던 현금성 자산 총액은 이듬해 1500억 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유지되면서 계속 현금이 쌓였다. 그 결과 지난해 현금성 자산이 역대 최대인 2167억 원을 기록했다.

빙그레는 자금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단기금융상품 비중을 크게 늘려나가고 있다.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빙그레는 내부 유보금을 대부분 현금 형태로 보유하고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현금은 1122억 원을 소유하고 있던 반면, 단기금융상품 투자액은 144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금융 이자를 노리고 단기금융상품에 집중투자하면서 자산 포트폴리오가 완전히 바뀌었다.

2012년의 경우, 현금 잔액이 561억 원대로 줄었고 대신 단기금융상품 투자액을 985억 원으로 늘렸다. 이 기조가 심화되면서 작년에는 전체 현금성 자산 중 10%만 현금이고, 나머지 90%가 모두 단기금융상품이었다. 빙그레가 지난해 가장 많은 현금을 지출한 항목 또한 단기금융상품 취득이었다. 단기금융상품 투자에 쓴 현금만 작년 한 해 275억 원에 달한다. 설비 투자액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1등 브랜드 제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빙그레가 내부 유보금에 대한 효율적 관리에 방점을 찍고 재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업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재무건전성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돈을 빌려서 현금성 자산을 늘릴 수도 있다. 하지만 빙그레는 보유 자산 대부분을 자기자본으로 충당하고 있다. 빙그레 부채비율(19.54%)이 이를 증명해준다. 현금성 자산에 대한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한 재무구조다.

빙그레는 시급한 설비 투자 수요가 없는 만큼 미래 투자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성 자산을 축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현재 특별한 투자 계획을 세워두고 있지는 않다"며 "신사업 추진과 신규 인수합병(M&A) 등을 두루 대비하기 위해 현금을 모아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