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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리 대표를 위한 변명③ [thebell desk]

이승우 자산관리부 차장공개 2017-04-20 11:42:08

이 기사는 2017년 04월 18일 0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삼성전자 주식 매입이 자산관리 업계에서 화제다. 투자 철학과 맞지 않는다며 펀드 설정 이후 수 년간 외면했던 삼성전자를 최근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하면서다.

이에 대해 일부는 실망했다. 실망을 넘어 '변심'이라며 비꼰 사람도 있다. 또 일부는 타이밍이 늦었다고 질책했다.

미국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에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를 통해 대박을 터뜨린 이후 한국으로 복귀하던 때, 그리고 한국에서 설정한 펀드의 수익률이 극도로 부진한 지금도 화제를 몰고 있으니 그가 운용업계 스타인 건 분명하다. 스타 혹은 이단아로 불리는 그가 공모펀드 업계의 희망이기도 해 그를 둘러싼 최근의 이슈가 조금은 무겁게 받아 들여진다.

존 리 대표가 삼성전자 주식을 산 게 변심이라며 비난까지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그가 주창해 온 투자 철학, 운용 철학을 되짚어보면 그 비난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과거 메리츠자산운용은 주식형 펀드에 약점이 많은 운용사였다. 존리 대표가 부임하면서 '원 하우스-원 펀드' 전략에 따라 기존 메리츠자산운용의 펀드들을 모두 정리하고 자신의 운용 철학을 집대성한 메리츠코리아펀드를 선보였다. 환골탈태에 성공한 메리츠자산운용은 투자자는 물론이고 공모펀드 시장 몰락에 숨죽이던 자산운용업계의 환호를 받았다.

메리츠코리아펀드는 설정 단계에서 픽업(pick-up)한 종목을 가능한 장기 보유해 그 성장의 녹(祿)을 얻는다는 콘셉트가 핵심이다. 때문에 간택된 종목을 오랫동안 보유하면서 회전율을 낮췄고 설정 이후에는 운용보다는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존 리 대표도 종목을 선정한 이후 바꿔타기 혹은 전략적 대응 등 운용의 묘를 구사하기보다 '장기 투자를 할 주식을 사라'고 외치며 자금 모으기에 더 열을 올렸다. 그렇게 모인 돈이 2조 원에 육박, 메리츠코리아펀드는 메가펀드의 반열에 올랐다.

그랬던 그가 3년여만에 포트폴리오를 대규모로 조정한 것이다. 메리츠코리아펀드 설정 당시와 비교하면 최근의 포트폴리오 변화는 상당하다. 기존 메리츠코리아펀드 포트폴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던 서비스업은 28%에서 20%로 축소됐고, 4%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던 의료정밀 업종은 포트폴리오에서 아예 제외됐다. 반면 전기전자 비중이 4%에서 6.5%로, 화학업종이 11%에서 13%로 늘어나면서 초창기 메리츠코리아펀드만의 특색이 희석됐다. 물론 1년전 한자릿수에 머물렀던 회전율은 20%대로 올라섰다. 단기간의 너무 급격한 변화가 '존 리 마니아'들의 실망감을 배가시킨 것이다.

존 리 대표의 '전향'은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판단 착오에 대한 교정 차원의 성격이 짙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판단 착오를 스스로 인정했다. 삼성전자에 대해 '오너가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지배구조나 의사결정 체계가 투명하지 않아 메리츠철학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그의 입장을 버리기로 한 것이다. 삼성 스스로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지배 구조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면서 존 리 대표의 시각 교정은 타이밍이 나쁘지 않다.

메리츠코리아펀드의 주포였던 헬스케어와 서비스 등 중소형주에 대한 신뢰 상실도 존 리 대표의 변심을 자극했을 것 같다. 메리츠가 편입한 종목은 아니지만 일부 기업들은 회계 부정을 저지르면서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고 또 모 제약 업체는 허위 공시와 내부자 거래 등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존 리 대표 역시 조직의 이해를 저버릴 수 없었던 사정도 있었을 듯 싶다. 그의 투자철학을 따르는 마니아들에게만 마케팅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의 투자 방식에 대한 수정을 원하는 기존 펀드 고객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게 될 경우 지속적인 자금 이탈로 메가펀드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 철학도 중요하지만 존 리 대표 그리고 메리츠코리아펀드 자체가 우선일 수 있는 셈이다. 일종의 타협이 필요했을 것이다. 최근 확정된 3년 추가 임기 보장은 그 반대급부였을 것이라는 억측을 만들기도 한다.

어찌 됐든 존 리 대표 스스로 시행착오를 인정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안 망할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아직은 메리츠코리아펀드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모펀드의 부활이라는 짐도 여전히 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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