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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운용, 떠나는 운용역 흔들리는 대표펀드 [자산운용사 경영분석] 국내주식형 1조 유출, '네비게이터' 박현준 상무 사의표명 '촉각'

장소희 기자공개 2017-04-24 10:11:49

이 기사는 2017년 04월 20일 1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자산운용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인재를 키우는데 공을 들인다. 공채제도를 오랜기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운용사이기도 하다. 한국운용 직원들은 평균 근속년수가 9.7년에 달할 정도로 조직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인다.

그런 한국운용에도 한 때 30명이 넘는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앞서 7년 간 한국운용을 이끌었던 정찬형 사장이 퇴임하면서다. 특히 운용역들이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펀드 수탁고와 수익률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한국운용의 간판펀드인 한국투자네비게이터 펀드를 맡고 있는 박현준 코어운용본부장(상무)까지 사의를 표명하면서 가뜩이나 쪼그라든 국내주식형 펀드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주식형 펀드로 승부를 봤던 한국운용의 앞날에 눈과 귀가 쏠려있다.

◇ 국내주식형 펀드 1조 이탈…간판펀드,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서

조홍래 한국운용 대표이사(사장)는 3년 전 취임 당시 "숫자로 말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가 말하는 숫자란 결국 고객의 수익률을 의미한다.

조 사장 취임 첫 해 수익률 성적표는 간판펀드인 한국투자네비게이터가 올려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당시 한국운용의 국내주식형 펀드 1년 수익률은 1.98%로 고전했지만 한국투자네비게이터만 15.53%의 수익률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이와 함께 5% 수익률을 낸 '한국투자골드플랜연금증권전환형투자신탁1(주식)' 외에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었다.

한국운용 유형별 펀드 비교
*출처: 금융투자협회 공시

하지만 지난해 한국운용은 주력이었던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1조 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되며 30조 원 밑으로 쪼그라든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2015년 6조 7000억 원 수준이었던 국내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5조 5000억 원까지 줄었다.

한국운용의 간판급 펀드들도 자금 유출을 피할 순 없었다. 상위 10개 국내주식형 펀드 중에 주식형 ETF인 '한국투자KINDEX200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을 제외하곤 설정규모가 늘어난 펀드가 하나도 없었다.

특히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자투자신탁1(주식)'의 경우 지난해 1700억 원(패밀리펀드 기준)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의 경우 한국운용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펀드여서 전년 대비 주춤해진 수익률에 환매에 나선 고객들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간판펀드들은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주식)'을 제외하면 지난해 1년 기준으로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ETF가 10.03%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다음으로 국내 업종대표주에 투자하는 '한국투자한국의힘증권투자신탁1(주식)'이 4.35%를 냈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1호는 1.02%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펀드는 1,2호 모두 마이너스(-) 5%대 수익률을 내며 간판펀드 중 가장 성과가 저조했다.

한국운용 주요 공모펀드 현황
*출처: theWM

대신 국내채권형과 MMF로 체면치레를 했다. 두 유형 모두 지난해 4000억 원 넘는 자금이 유입되며 국내주식형의 빈자리를 일부 채웠다. 해외주식형 펀드 비과세 일몰을 앞두고 해외주식형 펀드도 3000억 원에 가까운 신규 자금을 유치했다.

◇ 간판 매니저 박현준 본부장 사의표명 '위기'

지난해 한국운용 국내주식형 펀드의 부진은 조 사장 취임 초기 핵심 인력들이 대거 이탈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앞서 정찬형 전 사장이 8년에 가까운 시간을 CEO로 있었던 탓에 수장 변동 리스크를 겪어보지 않았던 직원들 3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 중에는 운용업무를 하지 않는 인력들도 있었지만 본부장급이나 매니저, 연구원 등 운용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인력들도 대거 포함돼있었다.

수장이 바뀐 첫 해 수익률이 좋지 않았던 것도 많은 운용역들에게 부담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일하게 성과를 냈던 한국투자네비게이터 펀드를 운용하던 박현준 본부장(상무)을 중심으로 코어운용본부라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는 등 펀드 성과에 따른 처우에도 차별이 가해지며 인력 이탈이 가속화됐다는 후문이다.

그런 한국운용이 최근 또 한번 위기를 맞았다. 국내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책임졌던 박 본부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박 본부장이 맡고 있는 한국투자네비게이터 펀드는 지난해 1%를 겨우 넘기는 수익률을 내고 자금도 1741억 원(패밀리펀드 기준) 빠져나갔다. 이 같은 상황에 책임을 느낀 동시에 시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점이 사의 표명의 이유로 꼽힌다.

박 본부장의 퇴사가 확정되면 한국운용 국내 주식형 펀드 운용에는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박 본부장과 함께 팀 단위로 운용됐던 펀드라곤 하지만 10년 넘게 이 펀드를 운용해 온 매니저가 쌓아온 신뢰를 한순간에 회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조 사장이 힘을 실어준 코어운용본부도 해체 위기에 놓일 것으로 관측된다. 코어운용본부가 해체되면 조직원들은 기존에 몸담았던 주식운용본부에 다시 통합되는 수순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침체된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한국운용이 박 본부장을 설득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박 본부장이 특별히 이직할 곳을 정해두고 있지 않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스타급 매니저라고 해도 스카우트 제의를 받거나 이직하기 쉽지 않다"며 "박 본부장에게 힘을 실어줬던 조 사장도 붙잡아두기 위해 더 설득에 나서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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