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4월 28일 1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어쏘시에이츠(이하 엘리엇)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에 대해 고무적이라는 공식 입장을 전했다. 삼성전자에 요구한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거절됐지만, 배당확대 관련 요구사항은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평가했다.

당초 엘리엇의 관심사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이라기보다 투자 수익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삼성전자가 발표한 자사주 소각에 대해 '자신들의 제안을 삼성전자가 실천한 점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결의하고 49조 3000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회사가 난관에 직면한 상황에도 주주가치제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점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엘리엇은 삼성전자의 지배 구조가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지주사 전환을 요구했다. 엘리엇은 당시 △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등을 통한 지주회사로의 전환 △ 30조원(주당 24만5000원)의 현금 배당과 잉여현금흐름(FCF)의 75% 주주 환원 △ 삼성전자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 △ 3명의 외국인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 크게 4가지를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은 백지화했으나 주주 환원 정책은 일정 부분 수용했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이 그 조치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9조 3000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 소각했고 3조 8503억 원을 현금배당했다. 이번엔 49조 3000억 원어치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 0.62%를 갖고 있는 엘리엇은 앞선 배당에서 209억 원을 챙긴데 이어 이번에도 한 몫을 챙기게 됐다.

엘리엇은 자신들의 제안을 삼성전자가 실천한 점이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엘리엇은 "이번 자사주 소각 결정은 우리가 제안한 방안을 실천하는 데 의미 있는 한걸음"이라며 "최근 들어 주가가 올라간 것은 주주환원 강화를 위한 발전적인 조치가 일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삼성전자의 배당 규모는 엘리엇이 요구한 특별 배당 30조원에 비하면 적다. 삼성전자의 이번 자사주 소각 조치도 엘리엇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기 보다 전반적인 주주 환원 정책 차원의 조치이기도 하다. 다만 외국계 투자자인 엘리엇의 뜻과 어느정도 일치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엘리엇의 주장 4가지 중 1가지인 배당 확대 조치 외엔 다른 사항들은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주회사 전환은 이미 백지화했고 삼성전자를 물적분할한 뒤 사업회사를 나스닥에 상장하자는 주장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

엘리엇의 주장 중 남은 건 다양한 국제 경험과 다양성을 갖춘 외국인 사외이사 3명 이상 선임 정도다. 업계는 엘리엇이 사외이사 추천에 적극 나서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엘리엇의 지분이 0.62%에 불과해 극소수에 가깝다. 엘리엇이 사외이사를 추천해도 다른 주주들의 호응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은 약 1조 원가량을 투입해 삼성전자 경영권 공격에 나섰지만 최순실 사태 등으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차익 확대에 더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라며 "삼성의 주주환원책을 엘리엇의 제안을 실천한 한걸음이라고 평가한 것처럼 수익을 노리기 위한 헤지펀드의 전형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