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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과 오륙도 [WM라운지]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연구소장공개 2017-06-16 08:10:26

이 기사는 2017년 06월 14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십장생', '이태백', '삼일절'. 모두 청년실업 상황을 비꼬는 젊은세대의 속어다. 십장생은 '십대는 장차 실업자생활을 각오하라'라는 의미고 이태백은 '이십대 태반이 백수', 삼일절은 '삼십일세까지 취업 못하면 절망'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청년실업은 매우 심각하다.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은 11.2%로 200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으나 취직을 하지 못한 15~29세의 청년이 100명 중 10명을 훌쩍 넘어섰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미 작년에 청년 실업자가 43만 명을 넘어섰다. IMF 외환위기 이후 역대 급의 청년실업자 양산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여기에 아르바이트 등 임시 취직자, 구직을 포기한 잠재적 구직자, 학생 등 구직 대기자 등 '숨은 실업자'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3.6%로 청년 4명중 1명이 실업자인 셈이다. 그러니 이태백도 사실 꽤 타당성이 있는 말이 돼버린 것이다.

그런데 한 켠에서는 고용률이 증가했다고 한다. 실업률이 증가했는데 고용률도 증가했다고? 이게 무슨 조화인가?

지난 4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취업자수는 2657만 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42만 4000명이 증가해 고용률은 60.8%로 0.5%포인트 상승했다. OECD국가간 통계상 비교기준이 되는 15~64세 고용률도 66.6%로 전년동월대비 0.9%포인트 상승했으며 특히 청년층(15~29세) 취업자도 4만 4000명이 증가해 고용률이 0.7%포인트 상승했다.

그런데 실업률도 4.2%로 전년동월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니 어이가 없다. 청년실업률도 11.2%로 지난해 4월에 비해 0.3%포인트 올랐다고 하니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실업률과 고용률을 합치면 100%가 돼야하는게 아닌가. 어떻게 해서 고용률도 증가하고 실업률도 증가할 수 있을까?

이것은 통계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우선 고용률과 실업률을 계산하는 분모가 다르다. 고용률은 우리나라 15세 이상 생산인구인 4369만 명을 대상(분모)으로 하는데 반해 실업률은 생산인구 중에서 경제활동인구(취업자 뿐만 아니라 취업을 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인 2775만 명이 대상이다.

이렇게 고용률은 15세 이상 모든 인구를 분모로 해 실업률보다 대상 범위가 훨씬 크다. 고용률을 계산하는 대상은 실업률을 계산하는 경제활동인구와 현재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 인구까지 포함하니 당연히 분모가 크고 다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고용률과 실업률을 계산하는 분자도 다르다. 고용률의 분자는 취업자수로 현재 2657만 명이다. 반면 실업률은 실업자수가 분자인데 현재 117만 명이다. 결국 고용률은 '일을 할 수 있는 모든 사람(생산인구)' 중에서 실제 일하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고 실업률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일하지 못하는 사람(실업자)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이렇게 개념의 분자와 분모가 각각 다르니 이 둘을 합하면 결코 100%가 될 수 없다.

그럼 어느 경우에 고용률도 증가하고 실업률도 증가할까? 15세 이상 인구(생산인구)의 증가 폭보다 취업자수의 증가가 많으면 일단 고용률은 증가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1월부터 빠르게 취업자수가 증가해 4월까지 90만 명이 더 늘었다. 이렇게 취업자수의 빠른 증가가 생산가능인구의 증가 폭을 앞질러 고용률이 상승한 것이다.

반면 실업률의 상승은 실제 실업자수 증가 폭이 경제활동인구 증가보다 클 때 나타난다. 실제 현재 실업자수는 117만 명으로 지난해 4월에 비해 약 10만 명이 늘었다. 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실업자'로 구성되는데 적극적인 구직활동으로 취업자수도 늘고 실업자수도 늘어서 경제활동인구가 늘었지만 실업자수가 더 많이 늘었기 때문에 실업률도 증가 한 것이다.

사실 실업률의 정의는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 중에서 실업자의 비율이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면 실업자가 아닌 것이다. 즉 주부와 같은 구직단념자, 아르바이트와 같은 임시 취직자, 취업준비생 등 '숨은 실업자'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더 높아진다. 결국 구직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성공한 사람의 기준인 고용률도 증가하지만 실패한 사람의 기준인 실업률도 증가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청년고용률은 42.5%로 1년 전 41.8% 보다 증가했으며 청년실업률도 11.2%로 1년 전 10.3% 보다 증가했다. 문제는 청년실업률이 30대(4.0%) 40대(2.7%) 실업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경제의 산업구조변화와 그에 따른 저성장국면의 지속, 노동시장시장의 이중적 고용구조, 지나치게 높은 대학진학률과 같은 교육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청년실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 당장에는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좋은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와 유사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겪은 일본의 경우 일자리 보릿고개라고 불리던 소위 '잃어버린 20년'이 사실상 끝나면서 심각한 노동력 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생산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에도 관찰되는 현상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1990년에 청년인구가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기 시작했고 생산인구는 바로 지난해인 2016년에, 총인구는 2030년에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인구 감소를 경험한 OECD회원국은 대부분 초기에는 실업률이 높아졌지만 평균적으로 생산인구 감소 후 6~7년이 지나면서 실업률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서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일자리는 생존에 관한 문제라 당장에 급한 문제지만 좀더 멀리 본다면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장기적 관점에서 노동력을 체계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먼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인 여성인력을 잘 보듬어야 한다. 양성평등의 시대에 당연한 이야기 이지만,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경제활동률을 보이는 여성을 양질의 노동력으로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50대 이상의 장년 인력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100세시대에 노장년층은 한물간 노동력이 아니라 잘 숙련된 노동력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노력을 해야겠지만, 좀더 길게 본다면 여성과 노장년의 노동력확보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오정(사십오세 정년) 오륙도(오십육세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 육이오(육십이세까지 회사를 다니면 오적)도 있기 때문이다. 실업률 늘었다고 무턱대고 겁먹을 필요도 없고, 고용률 늘었다고 광낼 필요 없다. 우리나라 생산인구 중에서 청년은 물론 여성과 장년, 모두가 행복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Stratigiest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Stratigiest
우리투자증권 신사업전략부 이사
現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
02~06년 조선일보, 매경, 한경, 헤럴드경제 선정 베스트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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