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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대우건설 매각 서두르는 까닭은 과거 인선 잡음, 회장 교체시 부담…분양경기 위축 우려도 한몫

김장환 기자공개 2017-07-20 10:07:33

이 기사는 2017년 07월 18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는 뭘까. 오는 10월로 잡힌 펀드 만기 때문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투자자 입장에선 섣부른 매각으로 차익 실현 기회를 놓치는 걸 오히려 경계할 수 있다. 대우건설 지분을 들고 있는 케이디비밸류제6호 펀드의 만기 연장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보다는 과거 인선 잡음과 회장 교체 가능성, 분양 경기 위축 우려 등 산업은행의 다양한 셈법이 깔려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거 인선 잡음 수면 위, 회장 교체시 '압박'

대우건설 주가는 5월 한 때 8180원을 찍은 이후 7000원 중·후반 선에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매각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외국계 자본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등 호재성 소식이 잇따라도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국내 유력한 원매자가 등장한다면 모를까 주가가 9000원을 넘기 버거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주식을 주당 1만 8000원에 사들여 현 주가 수준에서 매각할 경우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된다. 산업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그간 회계 처리 내역 등을 감안할 때 주가가 1만 3000원은 돼야 손해가 없다. 하지만 수조 원대 손실이 나더라도 올해는 매각을 강행할 생각이다. '시장가 매각'을 정관에 명문화해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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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네이버 금융.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는 최근 재부각되고 있는 대우건설 인선 잡음이 거론된다. 지난해 박창민 사장 선임 절차에서 불거진 논란이 재점화됐기 때문이다. 박 사장 선임 논란은 향후 검찰총장 인선이 마무리된 후 집중 조명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는 사안이기도 하다.

정권 교체와 맞물려 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대우건설 임직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18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박 사장 부정 인선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이동걸 회장을 비롯해 대우건설 담당 산업은행 임원들의 전반적 관여를 의심했다. 이를 이유로 박 사장 사임과 매각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회장 교체가 이뤄지면 대우건설의 이 같은 잡음을 집중해서 살펴볼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이전까지는 수장이 교체되더라도 압박이 덜했다. 2008년부터 부임한 민유성·강만수·홍기택 전 회장들과 이동걸 회장까지 같은 정파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앉힌 사람들이다. 문재인 정부 인사가 오게 되면 칼날이 어디를 향할 지 알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장 인선 절차가 마무리되면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 전반의 수장 교체가 서둘러 이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이동걸 회장은 과거 금융권의 박근혜 지지선언을 이끌어낸 인사로 잘 알려져 있어 남은 임기를 채우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17일 인사청문을 통과했고 빠르면 이번 주 업무를 시작한다.

◇부동산 규제, 실적·주가 약화 가능성 부담

산업은행은 올해가 지나면 대우건설 실적 등 매각을 위한 전반적인 지표가 부진해질 수 있다는 점도 염려하고 있다. 그동안 성장동력이 돼 온 주택사업이 분양경기 약화로 위축될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8월 강력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는 앞서 '6·19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70%에서 60%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60%에서 50%로 낮추는 부동산 억제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로 인해 분양 경기가 위축되면 대우건설 실적도 활로를 찾기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건설은 과거 해외 사업장 부실 여파로 국내 주택사업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 올해 1분기 매출 2조 6401억 원 가운데 주택사업 매출이 9225억 원으로 35% 가량을 차지한다. 전년 동기 40%를 넘었던 해외사업 비중은 26%대로 하락했다. 국내 분양 경기에 매출 전반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셈이다.

실적이 약화되면 대우건설 주가에 악영향은 뻔한 결과다. 현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많지만 건설주 전반이 비슷한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더구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오랜 기간 쥐고 있어 주가 회복이 어떤 경우에도 더딜 것이란 판단이 많다. 보수적인 사업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선입견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이에 따라 올해 내에 매각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장기간 대우건설과 결별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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