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8월 31일 13: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1조 원이 넘는 충당금 부담을 지게 됐다. 당초 사측이 패소하면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던 3조 원과 비교하면 금액이 줄었지만 조 단위 충당금 설정으로 3분기 적자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2011년 제기된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선고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31일 내렸다. 법원은 상여금과 중식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원고가 제기한 청구액 중 약 4223억 원을 인정했다. 기아차가 주장한 신의칙은 인정되지 않았다.

기아차는 노조가 주장하는 연 750% 수준인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신의칙 인정을 받기 위한 논리를 펼쳤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지만 신의칙을 적용해 소급분 지급을 막았던 갑을오토텍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의칙이란 민법 2조 1항이 규정한 '권리행사와 의무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라'는 원칙이다. 회사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거나 기업 존립에 위협이 예상될 경우 통상이금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가 된다.

법원은 노조의 청구금액 1조 926억 원(원금 6588억 원+이자 4388억 원) 가운데 4223억 원(원금 3126억 원+ 1097억 원)만 인정했다. 이 판결은 2011년 기아차 노조 2만 7424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3년 2개월간의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해달라는 요청에 대한 것이다. 신의칙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노조가 제기한 수당 가운데 상여금과 중식만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으면서 지급 금액이 줄어들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기아차는 4223억 원만 노조에 지급하면 되지만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1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집단소송 판결을 근거로 2014년 13명이 제기한 대표소송 판결을 기아차 전체 인원으로 확대 적용하고, 소송 제기 기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2014년 11월부터 2017년 현재까지 2년 10개월분을 합산한 금액을 계산했다. 이렇게 되면 기아차가 쌓아야 할 충당금은 1조 원 내외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 관계자는 "충당금은 보통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지급할 가능성이 있는 최대 금액으로 산정한다"면서 "법원 판결은 2011년 소송 관련 금액만 판시했지만 2014년 대표소송을 전체 직원으로 확대적용하고, 소송 이후 현재까지 지불해야 하는 금액까지 포함해서 충당금을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노조가 요구한 수당이 모두 통상임금으로 포함되고, 신의칙이 불인정될 경우 기아차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3조 1000억 원으로 추정됐다. 기아차가 충당금으로 쌓을 1조 원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든 것이지만 현재 경영상황을 감안했을 때 부담스런 금액이다.

기아차는 상반기 786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한 충당금만 상반기 영업이익 규모를 훨씬 웃도는 상황으로 3분기 영업이익 적자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상여금과 중식비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으면서 향후 인건비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