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정밀화학, '롯데체제' 전환 속도 [화학사 빅딜 후]④인사·직급 시스템 변경…끈끈한 노사관계 '눈길'
김병윤 기자공개 2017-09-18 07:58:26
[편집자주]
최근 수년간 국내 대기업 간 화학계열사 간판 교체가 잇달았다. 거래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빅딜이다. 해당 그룹 사업 구조는 물론 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거래로 꼽힌다. 과연 계열 변경 후 기업은 어떤 변화를 겪었으며 어떤 진화를 준비하고 있을까. 화학부문 빅딜 후 현주소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9월 14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의 품을 떠나 각기 롯데그룹과 한화그룹으로 향한 화학사들은 몇몇 부문에서 차이를 보인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인사·급여 시스템이다. 한화그룹의 계열사가 된 회사는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빅딜 후 롯데로 간판을 변경한 곳은 롯데그룹의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했다.롯데정밀화학 역시 인사·급여와 관련해 '삼성 옷'에서 '롯데 옷'으로 갈아입었다. 현재 롯데정밀화학의 직급은 사원-대리-책임-수석이다. 기존 삼성그룹의 체계 중 과장이 책임으로, 차·부장이 수석으로 변경됐다.
삼성그룹의 인센티브 제도인 초과이익분배금(PS)과 목표달성장려금(TAI) 역시 없어졌다. 상하반기 실적에 따라 지급되던 TAI 경우 기본급에 포함됐다. 연간 성과에 연동된 PS는 롯데그룹의 연말 성과급 제도에 따른다.
빅딜 후 임원의 교체는 빠른 체제 변화를 위한 방향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롯데정밀화학의 임원은 19명이다. 이중 롯데그룹 출신은 대표이사를 포함해 총 6명이다. 특히 경영관리직 임원에 롯데그룹 정책본부 인사실장과 롯데케미칼 HR팀장 등을 역임했던 인물들로 채워졌다.
반면 사업부문에서는 삼성그룹 출신의 임원이 많이 포진해 있다. 전체 임원 중 절반이 넘는 10명이 삼성그룹 출신이다. 사업부문은 기존의 틀을 유지해 안정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빅딜의 대상이 된 화학사 중 롯데정밀화학이 보인 특이점 중 하나는 노사 관계다. 보통 인수합병(M&A) 이슈가 불거질 경우 노조는 경계적인 태도를 보인다. 삼성그룹에서 한화그룹으로 계열 변경 한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 노조의 경우 계열 변경 과정에서 직장을 폐쇄하거나 인수자의 현장실사를 저지했다.
하지만 롯데정밀화학의 노조와 사측은 M&A와 관련해 별다른 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다. 빅딜이라는 파고를 헤치는 과정에서도 노사 관계는 고요했다. 오히려 롯데정밀화학의 노조는 회사와 함께 매각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호적인 노사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사 간의 높은 친밀도는 오랜 동거동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화학사 경우 빅딜이 노조 설립에 직접적인 시발점이 됐다. 반면 롯데정밀화학의 노조는 훨씬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롯데정밀화학 노조의 뿌리는 회사의 모태인 한국비료공업(1964년 설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비료 때 설립된 노조는 1994년 삼성그룹에 편입된 후에도 명맥을 이어갔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없는 삼성그룹 내에서 롯데정밀화학의 노조는 독특한 존재였다"며 "지난해 3월 최대주주 변경 때 노조가 전 대표를 헹가래 쳐주는 이색적인 광경을 연출할 정도로 노사 관계가 상당히 끈끈한 회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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