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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게 성장한 20년…모두가 주인인 로펌" ③ 김재호 대표 "의뢰인에게 신뢰 팔았다"

김창경 기자공개 2017-09-29 15:53:53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5일 06:2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재호 대표(사진)는 법무법인 바른의 설립자 중 한사람이다. 2016년 바른의 경영대표를 맡은 이후 1주일 평균 저녁식사 일정이 최소 다섯번이다. 거의 매일 저녁 누군가와 비즈니스 관계로 만난다는 의미다. 그는 사법연수원 16기로 50대 중반이다. 26살의 나이에 판사가 된 이후 법조계에 몸을 담은 지 30년이 지났다. 정년까지는 아직 10년이 남아있다.

김 대표는 오래 일하기 위해 바른을 설립했다고 했다. 서른 일곱살에 판사직을 내려놓으면서 내린 결단이란다. 공직에서 나온 인사가 개인 법률사무소를 차리고 전관예우 영업을 하는 일이 성행하던 시기다. 돈은 벌었지만 전관예우에 의존한 법률사무소는 10년을 넘기기 어려웠다. 김 대표는 단기간에 쌓을 수 있는 재물 대신 지속 가능한 회사를 세우는 데 동참하기로 했다. 그렇게 바른은 1998년에 탄생했다.

김 대표를 포함한 3명의 설립자는 바른이 올바르게 성장하길 원했다. 변호사가 직접 발로 뛰고 탈세가 없는 바른을 꿈꿨다. 실제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무실을 차린 바른은 수년간 우수 납세자 표창을 받았다. 첫 정기 세무조사를 개업 10년 후에 받았을 정도다. 이러한 행보는 판사나 검사 출신의 변호사가 바른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바르게 성장한 20년…모두가 주인인 회사'

변호사 3명으로 시작한 바른은 20년 동안 변호사 200여명을 갖춘 조직으로 성장했다. 겉에서 보면 설립자 3명이 사업적으로 성공한 모양새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3명의 설립자는 모든 파트너 변호사에게 바른 지분을 똑같이 나눠주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설립자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것도 없다. 106명의 파트너 변호사가 동일한 지분율을 가진 바른의 주인이다.

김 대표는 "젊은 나이에 바른을 설립했기 때문에 바른에 합류하는 파트너급 변호사는 선배인 경우가 많았다"며 "선배를 모시면서 주인행세를 할 수 없는 노릇이고 설립자가 지분을 쥐고 있으면서 회사의 주인처럼 일해달라 요청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바른 지분을 들고 있는 파트너 변호사는 지금도 바른의 성장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의 이름을 바른이라 명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 대표는 "당시 법무법인 이름에 설립자의 성(姓)을 넣는 일이 많았지만 바른은 궤를 달리 했다"며 "바른이라고 이름을 지으면 누가 주인이고 누가 설립자인지 의식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영대표 역시 그가 설립자라서 맡고 있는 게 아니다. 바른은 조직이 커지면서 변호사 업무와 회사 경영 업무를 분리할 목적으로 경영대표직을 만들었다. 기본 임기 3년에 연임이 가능하다. 운영 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하고 파트너 변호사 회의에서 동의를 얻으면 경영대표가 선출된다. 투표 등의 과정 없이 박수로 동의를 대신한다. 경영대표 선출 과정은 조직 규모에 비해 단출하다.

김 대표는 "경영대표 자리를 두고 파트너 변호사끼리 정치를 하거나 알력 싸움을 하는 일은 없다"며 "회사의 분위기가 공격적이지 않은데 이와 같은 성향이 영업을 할 때는 다소 불리할 수 있어도 조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항상 후배에게 바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행동을 주문한다. 그가 20년 동안 바른에서 일하며 스스로 지켜온 신념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변호사로서 바르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의뢰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와 의뢰인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변호사에게 돈이 돼도 의뢰인에게 실속이 없으면 소송을 말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지식이 아닌 신뢰를 판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고객은 바른을 찾아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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