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임추위 독립성 논란 증폭 차기 농협은행장 인선에 김병원 중앙회장 입김 관측, 회의 일정 '미정'
안경주 기자공개 2017-12-11 11:07:21
이 기사는 2017년 12월 07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독립성 논란에 직면했다. 차기 농협은행장 인선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임추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그동안 김병원 회장이 농협금융그룹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는 점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관계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다음주 4차 임추위를 열고 농협은행장을 비롯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숏리스트(압축 후보군)를 추릴 계획이다. 당초 이번주 두 차례 임추위를 열고 최종 후보자를 추천할 계획이었지만 연기됐다.
농협금융 임추위 관계자는 "다음주 후반께 임추위를 열고 숏리스트 선정 작업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농협금융은 차기 농협은행장 인선 작업을 이달 초까지 마무할 계획이었다. 이경섭 현 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이달 말 끝나지만 후임자를 빠르게 선임해 내년 사업(영업)을 미리 준비하겠다는 각오였다. 이 때문에 농협은행 임원인사도 예년보다 빨리 단행해 조직정비에도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농협금융 임추위가 연기되면서 차기 농협은행장 선임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농협은행 임원인사만 예정대로 단행됐을 뿐이다.
그렇다면 농협은행장 후보를 추천해야 할 임추위가 연기된 이유는 뭘까. 농협중앙회 자회사 CEO 인사에 맞춰 농협은행장을 선임하기 위해 일정을 연기했다는 게 농협금융 임추위 측 설명이다.
앞선 관계자는 "농협금융과 농협중앙회 인사 교류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자회사 CEO 인사 시점을 맞춰 적임자를 중용해 쓰기 위한 것"이라며 "통상 12월 말께 농협중앙회 자회사 CEO 인사가 단행됐던 만큼 시기를 맞추는 차원에서 (농협금융 임추위도) 연기됐다"고 말했다.
농협금융 안팎에선 인사 시점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농협은행장 인선 과정에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이대훈 전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가 차기 농협은행장 유력 후보로 급부상한 이유이기도 하다.
농협중앙회는 공직 유관기관이라 임원이 자리를 옮기기 위해서는 퇴직절차와 함께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전 대표는 이달 22일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농협금융 임추위가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이 전 대표에게 기회가 주어지기 어려웠다. 하지만 임추위가 연기되면서 기회도 주어졌고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임추위 연기 과정에서 김병원 회장과 친분이 두터워 김병원 회장 의중을 임추위에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유남영 농협금융 비상임이사(정읍농협 조합장)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민상기 서울대 교수, 전홍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정병욱 변호사 등 사외이사 3명과 오병관 농협금융 부사장, 유남영 비상임이사(정읍농협 조합장)로 구성돼 있다. 이중 오 부사장은 자신이 차기 농협은행장 후보군에 포함돼 있어 임추위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임기만료를 1년이나 앞두고 사표를 제출한 것은 어느 정도 사전에 교감이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농협은행장을 빠르게 선임하고자 했던 의미가 퇴색한데다 김병원 회장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임추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농협금융만의 지배구조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고, 농협금융은 농협은행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농협은행장 인선에서 단일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향후 임추위가 농협은행장 인선과 관련해 요식행위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최근 김병원 회장의 입김이 작용해 이 전 대표가 차기 농협은행장으로 유력하다는 얘기가 확산되자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여러 유력 후보 중 하나일 뿐"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김병원 회장은 매번 농협금융그룹 인사 개입 논란이 있을 때마다 자신은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공언했지만 이번 농협은행장 인선 과정을 보면 변화된 기류가 나오고 있다"며 "향후 농협금융그룹 인사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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