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10억달러 조달로 글로벌M&A 시동 절묘한 싱가포르 증시 선택…국내 투자자도 시차없이
정유현 기자공개 2017-12-19 08:08:31
이 기사는 2017년 12월 18일 11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가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카카오는 해외 콘텐츠 업체 M&A를 계획하고 있다. 구체적인 인수 후보군은 정해두지 않았다.카카오는 자금 조달처로 싱가포르를 선택했다. 한국과 시차도 거의 없는 편이고 외국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적기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카카오는 이사회를 열고 10억 달러(약 1조 890억 원) 상당의 해외주식예탁증권(GDR)을 발행해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에 상장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1월 중 싱가포르와 홍콩, 런던, 뉴욕 등지에서 로드쇼를 통한 수요 예측으로 발행가액이 결정된다. 상장 예정 일자는 2018년 2월 2일이다.
◇해외로 눈 돌리는 카카오…포트폴리오 다각화
카카오는 이번 자금조달을 통해 해외 투자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국내 시장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고 해외에서는 게임, 웹툰, 이모티콘 등의 콘텐츠를 유통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서 R&D 투자 및 글로벌 업체 M&A를 통한 몸집 키우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순 현금 자산이 407억 달러(약 4436억 원) 정도에 그친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주요 업체들과 비교해 현금 여력이 떨어져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대내외적인 우려도 이번 GDR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는 아직 구체적인 인수 후보군을 설정해두진 않았다. 카카오는 자금 확보 후 해외에서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게임, 웹툰, 음악, 동영상 등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업체 M&A에 9억 달러, AI 등 4차 산업 관련 기업 및 원천기술 업체 투자에 1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국내 투자 자금은 이미 확보된 상황으로 해외에서 로엔 규모 정도의 업체가 매물로 나오면 바로 대응을 하기 위해 현금 동원력을 높이려는 조치"라며 "그동안 카카오가 해외 투자 건이 없었던 만큼 빠른 대응을 위해 자금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그동안 투자 자회사를 통해 국내 업체를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했다. 카카오가 직접 투자를 단행한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1조8700억 원에 인수한 로엔엔터테인먼트다. 로엔은 음원 서비스 '멜론'을 보유한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업체다. 스타트업 군에서는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김기사'를 보유한 록앤올을 626억 원에 인수한 것이 가장 큰 거래였다.
그외에도 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를 통해 초기 스타트업을 다수 인수했고 카카오인베스트를 통해 AI 관련 투자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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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증시 선택 이유…시차 문제 無·접근성 용이
카카오는 자금 조달 방식으로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하는 GDR을 선택했다. 싱가포르 선택은 절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증자를 단행하면 주가 급락의 여파를 받을 수 있다. 국내와 시차가 거의 없는 싱가포르를 선택하면서 국내 투자자도 투자에 나서고 해외 자금 유치란 효과를 누렸다.
GDR은 국내 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없는 외국 투자자를 위한 투자방식으로 외국 투자자는 주식을 직접 소유하진 않지만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GDR은 룩셈부르크, 런던, 싱가포르 세 곳에서 상장할 수 있다. 이 중 싱가포르 시장은 한국과의 지리적 접근성이 좋은 데다 시차도 1시간에 불과하다. 미국이나 유럽의 증시 대비 DR 발생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해 국내 기업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카카오도 해외 투자자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의 접근 용이성이 높고 타 지역대비 상장 비용이 저렴해 선택했다.
카카오 측은 "1조 원 규모의 금액을 국내에서 조달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카카오의 전체 투자자 비중으로 봤을 때 해외 투자자 비중이 작은데 이번 기회를 통해 이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GDR발행으로 전체 주식이 늘어나는 만큼 주당 수익률(EPS)은 떨어질 수 있어 기존 주주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주 발행 예정 주는 755만 주로 주식 수는 11.1% 증가해 EPS 희석효과는 불가피하다. 다만 GDR 발행으로 투자자가 분산되고 조달한 자금으로 재투자, 신사업 공략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을 시도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다.
권윤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9억 달러가 투입될 M&A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게임, 동영상, 웹툰 기업 인수를 통해 국내를 벗어나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자회사 로엔 등과 시너지를 창출해내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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