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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해외사업 부실 회계반영 적절성 논란 [대우건설 M&A]갑작스럽게 터진 4000억대 부실, 작년 4분기 실적에 뒤늦게 반영

김장환 기자공개 2018-02-09 08:02:27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8일 13: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 부실이 불거지자 분식회계 가능성까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말 대우건설 매각을 개시하고 호반건설과 양해각서(MOU) 체결까지 앞둔 상황에 수천억원대 잠재 손실이 갑작스럽게 터진 탓이다. 다만 거래 관계자들은 분식회계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단일 이벤트일뿐이란 입장이다.

호반건설은 8일 대우건설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해외 손실이 대규모로 불거졌다는 소식을 산업은행으로부터 최근 전달받고 이날 긴급 회의를 거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신뢰가 무너진데다 잠재 부실이 더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의 이번 부실은 2013년 8월 모로코 에너지 기업 사피(Safi)로부터 수주한 화력발전소 공사에서 발생했다. 대우건설은 올 7월 인도를 목표로 지난해 말 해당 공사를 완료한 뒤 시운전을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 설비 하자가 발생해 대규모 추가 자금 유입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로 인한 손실만 약 4000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대우건설이 지난해 3분기에도 관련 손실을 일부 반영했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3분기에 일부 손실을 반영했었는데 이후 시운전 과정에 문제가 발생해 4분기 추가적인 충당금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일단 예비입찰후보들이 지난해 대우건설 실사를 거쳤음에도 이처럼 대규모 해외 부실을 잡아내지 못했다는 점이 의문시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공고하고 이후 예비입찰에 참여해 인수예비후보로 선정된 업체들과 대우건설 예비실사를 거쳤다. 12월에는 대우건설 경영진이 직접 나서 인수예비후보 대상 매니지먼트 프레젠테이션(MP)도 진행했다. 이 과정에 모로코 화력발전소 관련 부실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조차 이를 최근까지 몰랐다. 대우건설에서 관련 보고를 지속해 미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모로코 화력발전소 손실 발생 가능성을 이미 지난 1월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산업은행에는 이를 철저하게 숨겼다. 산업은행 측 대우건설 매각 실무진들은 최근 대우건설로부터 관련 얘기를 전달받고 크게 화를 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우건설이 산업은행에 관련 보고를 한 건 불과 수 일 전이다. 복수의 거래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대우건설로부터 이를 보고받은 건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직후였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거쳐 호반건설에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자 자격을 부여했다. 7일까지 매각 양해각서(MOU)를 맺기로 합의도 마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갑작스럽게 대규모 해외 손실이 불거지자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 포기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 모로코 화력발전소 관련 손실을 숨기고 있다가 호반건설로 매각이 확실시되자 특별한 의도를 갖고 이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문까지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호반건설에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는 점이 이 같은 해석을 낳는 원인으로 거론된다. 대우건설은 옛 대우그룹의 본산과 같은 곳인 만큼 임직원의 '프라이드'가 그만큼 높다. 결국 호반건설로 매각을 막기 위해 대규모 부실을 뒤늦게 알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이 맞다고 하더라도 대규모 부실을 숨기고 있었고 부실 자산의 재무제표 반영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에서는 자유로워질 수 없다.

다만 대우건설에서는 이번 부실은 실적 결산 과정에 갑작스럽게 불거진 단일 이벤트일뿐이란 입장이다. 대우건설 측은 "(모로코 화력발전소는) 공사를 이미 마친 사안이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외부감사를 맡고 있는 삼정회계법인에 2017년도 재무제표 내역과 관련해 추가 손실 반영 가능성 등 세부 내역을 문의해둔 상태로 전해진다. 대우건설은 하루 전 이미 실적발표를 한 터라 회계법인조차 모로코 손실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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