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2월 09일 13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꿈'이 한 순간에 산산조각 났다. 국내 시공능력 3위 대우건설을 품으려던 굳은 의지가 지난해 4000억원대 잠재 부실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전해듣는 순간 단번에 무너진 것이다.애초 호반건설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대우건설 인수 추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김 회장이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말 임직원을 모아 놓고 "공기업 같은 대우건설을 인수해서 주인을 만들어주면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인 회사가 될 것이란 자신이 있으니 믿고 따라와 달라"고 했다. 호반건설이 과거 발만 담갔다 빠졌던 인수전들과는 '결'이 달라 보였다. 그러나 모두 부질없는 일이 됐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하게 된 단초는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한 부실이다. 모로코 화력발전소 시운전을 하던 과정에 하자가 나왔다고 한다. 수천억원대 A/S 비용 투입이 불가피했다. 지난해 11월경 있었던 일이다.
정작 대우건설 매각 주체이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를 이달 들어서야 알았다. 대우건설에서 보고를 미뤘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고 대우건설 매각 양해각서(MOU) 체결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 이를 알게 됐다. 대우건설을 찾아 관련 얘기를 뒤늦게 들은 산업은행 임원은 회의실 문을 박차고 나갈 정도로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의문이 가는 점은 대우건설이 왜 지난해 4분기 발생한 손실을 최근 들어서야 산업은행에 보고했는지 여부다. 대우건설 말이 맞다면 해당 손실은 지난해 말 발생한 돌발 이벤트다. 대우건설 실무진들, 혹은 소수 임원이라도 상황이 벌어진 후 대규모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모로코 화력발전소는 지난해 3분기에도 비슷한 이유로 충당금을 쌓았던 사업장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 산업은행에 관련 손실 통보를 한 시점이 지난달 31일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직후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서둘러 관련 보고가 이뤄졌다면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을 재차 진행하거나 11월 선정된 예비입찰자들에게 관련 손실을 미리 알리고 가격 등을 조율할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보고 지연으로 산업은행은 이 같은 기회를 놓쳤다.
결론적으로 대우건설의 이번 매각 실패 근본 원인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기업 관리 능력 부족에 있다는 평가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대표이사 자리에 부행장 출신 인사를 앉혀두고도 관련 손실 정보를 전혀 얻지 못했다. 지난해 대우건설 경영실사까지 단행했지만 손실 가능성을 예상조차 못했다. 대우건설을 관리하는 산업은행 PE실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대우건설 내부 인사들의 손실 보고 시점 지연이 발목을 잡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 매각 실패의 모든 걸 산업은행 탓으로만 돌리기가 어려워 보인다는 얘기다. 산업은행은 이로 인해 대우건설에 투입된 수조원대 혈세를 향후 수년동안 회수하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그 원인이 대우건설 내부 인사들에게 있다면 방관해서는 안될 일이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진상 규명에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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