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2월 13일 08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만큼은 성사될 줄 알았던 대우건설 매각이 사실상 실패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호반건설의 분할매각 제안까지 받아들이며 매각 의지를 불태웠지만 MOU 체결하는 날 갑작스런 해외부실이 터지면서 물거품이 돼버렸다. 아마도 MOU 체결 이후 해외부실이 터져 나왔어도 호반건설은 매각 포기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입찰보증금을 날리는 것도 감수했을 것이다.이제야 털어놓는 얘기지만 취재 과정에서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한 결 같이 대우건설 매각 가능성을 낮게 봤다. "수주 산업은 특성상 언제 해외 부실이 불거질지 모른다" "삼성중공업이 갑작스럽게 유상증자를 할지 누가 알았겠나. 대우건설도 마찬가지다" "시중은행들이 대우건설에 대출을 해주지 않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를 높게 보기 때문이다" 등등.
2016년 해외부실을 털어낸 이후 대우건설의 환골탈태를 믿었던 기자는 그들의 지적이 너무 부정적이라고 생각했다. 호반건설과 산업은행의 의지가 강한 만큼 이번에는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생각이 순진한 착각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데는 2주면 충분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3000억 원 이상의 해외부실이 발생하자 호반건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산업은행이 땅을 치고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주변에 "정치권의 특혜 의혹, 수조원의 해외 부실, 강성 노조 때문에 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우려했던 해외 부실이 터지니 대우건설 인수를 더 이상 고집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가뜩이나 호반건설 내부에는 대우건설 인수를 반대하는 주장이 팽배했다.
딜의 성사 가능성을 높게 봤지만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이후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호반건설에게 대우건설은 전혀 차원이 다른 신세계다. 비교적 손쉽게 주택사업만을 해온 호반건설과 달리 대우건설에는 주택뿐만 아니라 토목, 해외, 건축 등 사업 분야가 다양하다.
이번 모로코 사피 프로젝트처럼 경영진조차 파악 안 되는 부실이 순식간에 튀어나온다. 대우건설 직원 수도 정규직 4000명, 비정규직 2000명 등 6000명에 달한다. 오너가 A부터 Z까지 시시콜콜하게 챙기는 현재의 호반건설 문화로는 감당이 안 되는 조직이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이후 조직 장악에 쩔쩔맨 일화도 유명하다. 대우건설을 자회사로 거느린 기간 동안 금호에서 대우건설로 파견한 인력은 5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마저 버틴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대안으로 대우건설 내 호남 출신 인력을 선별해 승진시키며 그들의 마음을 사려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대우맨들은 끝까지 금호에 마음을 열지 않았다.
만약 호반건설이 부실을 모른 채 대우건설을 인수했다면 실패로 귀결됐을 가능성이 높다. 호반건설은 끝까지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이번처럼 해외 부실이 터지면 버틸 재간이 없다. 주택사업에선 번 돈을 모조리 해외사업에 메우는 형태가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운영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수천 억 적자가 발생해도 '우리보다 인지도 떨어지는 회사에 매각되는 꼴은 못 본다'고 버티는 대우맨들을 달래기 쉽지 않다. 호반건설이 결정적인 순간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을 인지해 인수를 포기한 건 결국 운이 좋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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