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인수 추진에 박영식 전 사장 조언 있었다 [대우건설 M&A]김상열 회장 만나 자문
김장환 기자공개 2018-02-19 14:13:23
이 기사는 2018년 02월 14일 13: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에 박영식 전 대우건설 사장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사장이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을 직접 만나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와 관련된 다양한 조언을 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손실이란 암초를 만나면서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꿈도 물거품이 됐다.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전 사장은 지난해 말 김 회장을 직접 만나 대우건설 인수시 긍정적인 점 등을 조언했다. 2016년 빅배스를 단행해 부실을 이미 털어낸 회사이기 때문에 인수시 정상 기업으로 서둘러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란 말 등을 건넨 것으로 전해진다.
이전까지만 해도 대우건설 인수에 난색을 보였던 호반건설은 이후 11월 있었던 예비입찰에 깜짝 참여했다. 아울러 지난달 진행된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까지 부여받았다. 다양한 매각 거래에서 예비입찰에만 참여했다가 정작 본입찰에는 들어오지 않았던 과거 사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었다. 그 이면에 박 전 사장의 조언이 있었던 셈이다.
항간에는 박 전 사장이 호반건설 측의 대우건설 인수 자문역을 맡았던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다만 박 전 사장은 자문을 맡은 것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사장은 이에 대해 "김 회장과 한차례 만나 대우건설이 부실을 이미 털어낸 곳이기 때문에 인수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대우건설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전 사장은 정통성을 지닌 대우건설 출신 인사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대우건설에 입사했다. 리비아건설본부장, 경영기획담당 상무, 전략기획본부장, 기획·영업부문장(부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3년 6월부터 대표이사를 맡았고 연임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박창민 전 사장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2016년 8월 자리를 떠났다.
박 전 사장은 대우건설 매각 성사를 위해 가장 앞장서서 뛰었던 인물로 꼽히기도 한다. 지난해 말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직접 들러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최고경영자 등을 만났고 이들에게 대우건설 인수를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사장은 사우디 왕족인 아람코 경영진 자제의 과거 결혼식에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대받았던 인사란 얘기가 들릴 정도로 아람코 측과 인연이 깊다. 하지만 아람코가 건설사 인수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박 전 사장은 빈손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하지만 박 전 사장은 아람코가 대우건설 인수에 여전히 관심이 높다는 말도 전했다. 그는 "사우디 왕자의 난이 일어나는 등 이슈가 아니었다면 아람코도 대우건설 지난 인수전에 들어왔을 것"이라며 "정치가 안정화되면 대우건설 인수를 추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에서 해외 손실이 대거 발생하자 서둘러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양해각서(MOU) 계약을 앞두고 있던 마당에 대우건설 모로코 사피 화력발전소에서 4000억원대 손실이 불거졌다는 얘기를 전해듣자마자 인수 중단을 결정했다.
호반건설이 만약 대우건설을 인수했을 경우 박 전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렸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호반건설은 해외 사업을 전혀 해본 경험이 없는데다 대우건설처럼 큰 조직을 운용해본 적도 없다. 따라서 대우건설을 그만큼 잘 아는 박 전 사장을 인수 초기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하면서 이 역시 이뤄질 수 없는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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