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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신탁업 이해도 높이고 정확한 시장조사부터" [출혈경쟁 내몰린 신탁사⑥]1조1000억 시장 놓고 11개사 경쟁체제...담보권신탁 등 신사업 영역 확대 필요

김경태 기자공개 2018-03-20 08:10:00

[편집자주]

정부가 부동산 신탁사 추가 설립 방침을 밝히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연간 1조원 남짓한 시장을 놓고 11개 신탁사들이 경쟁을 벌이는 마당에 신규 신탁사가 추가되면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지적이다. 출혈 경쟁으로 신탁사가 부실화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더벨이 신탁사 추가 설립이 야기할 파장과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2일 1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신탁사들이 정부의 방침을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신규 신탁사를 허가 하기 이전에 신탁업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토대로 중소형 신탁사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교한 정책을 수립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제대로 된 시장조사 필요하다"

부동산신탁업계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신탁사 추가 설립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부동산신탁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탁사 인가를 위한 '속도전'에 나서면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중소형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정부는 부동산신탁사가 너무 많은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향후 이익이 줄어든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며 "최소 올해 연말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본 후 판단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신탁사들이 많은 이익을 거둔 것은 주택시장의 단기 호황과 차입형토지신탁 영업 호조 덕분이다. 낮은 신용등급의 시공사가 참여하는 개발사업은 자금조달이 원활치 못한 경우가 많다. 신탁사는 이 같은 사업을 맡아 자신들이 직접 자금을 조달해 공급했다. 이른바 차입형 토지신탁이다.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덕분에 추진 가능성이 낮았던 이들 사업이 본 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정부의 규제와 금리 상승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수년간 정부 주도의 택지 공급이 줄어들면서 개발사업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액이 줄고 있다. 올해는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다.

대형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올해 신규 수주에서 차입형토지신탁이 차지하는 비중을 20% 정도 축소해 사업계획을 수립했다"며 "재건축·재개발 등 새로운 먹거리들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부동산 경기 하락은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형금융그룹이 신규 신탁사를 만들면 중소업체 중 퇴출되는 곳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는 제3의 연구기관에 용역을 맡겨 철저한 시장 조사를 실시한 뒤 정책 시행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신탁시장의 하락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규 인가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보다는 정부가 신탁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신탁사 관계자는 "관변단체로 용역을 줄 경우 사실상 인가를 해주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할 수 있다"며 "업계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한 후 진행해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 업체 진입 앞서 신탁업 영역 확장해야"

업계는 정부가 신규 업체 진입을 허용하기에 앞서 신탁업 영역의 확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국내 부동산 신탁시장은 1조10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이 시장을 놓고 11개 신탁사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최근 신탁 시장이 성장했다고 하지만 이는 대부분 대형사의 주력 상품인 차입형 토지신탁의 몫이다. 차입형토지신탁 시장은 2015년 4191억원에서 지난해 5868억원으로 늘었다. 중소 신탁사들의 주력 시장인 비차입형신탁은 2015년에서 2017년까지 4000억원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대형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부동산신탁사업은 내수산업으로 사실상 해외 진출이 불가능한 구조"라며 "1990년대 초와 현재를 비교하면 시장의 영역과 상품의 변화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금융그룹을 배경으로 한 신규 신탁사가 진입할 경우, 중소 부동산신탁사들이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로운 신탁사 설립으로 인건비가 올라가면서 장기적으로는 대형 부동산신탁사들의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부동산신탁업계에서는 추가 인가 전에 정부에서 유언신탁·담보권신탁·유한책임신탁·수익증권 발행·신탁사채 등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시장을 늘린 뒤 신규 업체와 함께 경쟁해야 시장이 발전한다는 논리다.

중소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신탁 관련 법의 개정 혹은 제정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동산 신탁사가 부도날 경우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피해를 보는 만큼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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