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사 부도, 조 단위 손실로 이어진다 [출혈경쟁 내몰린 신탁사④]2001년 한부신·대부신 사라져, 피해규모 1조7000억~2조원 추산
김경태 기자공개 2018-03-16 08:09:53
[편집자주]
정부가 부동산 신탁사 추가 설립 방침을 밝히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연간 1조원 남짓한 시장을 놓고 11개 신탁사들이 경쟁을 벌이는 마당에 신규 신탁사가 추가되면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지적이다. 출혈 경쟁으로 신탁사가 부실화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더벨이 신탁사 추가 설립이 야기할 파장과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9일 15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부동산 신탁사 추가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과거 신탁사의 부도 사례를 다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당시 손실규모는 2조원에 육박했다. 건설사와 시중은행, 보증기관, 수분양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피해를 봤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신탁사를 늘리는데 매달릴 게 아니라 신탁업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자산운용사와 특성 달라, 파급효과 커"
금융당국은 이번 부동산신탁사 진입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2015년 자산운용사 설립 문턱을 낮출 때처럼 경쟁 촉진 등의 논리를 내세웠다. 업계는 부동산신탁업이 자산운용업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같은 논리를 적용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부동산신탁업은 특성상 수많은 이해관계인이 얽혀 있어 경쟁에 내몰린 일부 업체가 퇴출당할 경우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토지신탁의 경우 부동산신탁사가 개발사업 시행자가 된다. 토지소유자(위탁자)로부터 수탁받은 토지 등을 대상으로 개발사업을 수행하고 수익을 토지소유자 등 수익자에게 주는 업무다.
이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히게 된다. 건설사와 하도급업체는 물론 프로젝트파이낸싱(PF)·중도금 대출 금융기관도 엮인다. 수분양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사업이 중도에 좌초될 경우 대규모 민원이 발생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자산운용사가 퇴출될 경우 비교적 피해적 적다는 것이 부동산신탁업계 설명이다. 펀드의 경우 이미 건설이 완료된 부동산의 매입·임대·처분 등 개발행위를 거의 수반하지 않는 완성품에 대한 투자가 이뤄진다. 자산운용사가 퇴출되면 집합투자재산은 수탁은행(수탁자)이 보관해 운용주체만 변경된다.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가 펀드에 투자하는 소수의 투자자로 한정돼 부동산신탁업과는 상황이 다르다.
◇한부신·대부신, 부도 피해규모 1조7000억~2조원
실제 국내에는 부동산신탁사가 부도 처리된 사례가 존재한다. 2000년대 초반 공기업으로 설립된 한국부동산신탁, 대한부동산신탁이다. 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분양시장 침체와 과다한 차입금 부담 등으로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이후 한부신과 대부신은 각각 2001년 3월과 7월에 부도 처리됐다.
신탁업계는 당시 피해 규모를 최소 1조7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으로 추산했다. 우선 토지신탁계약자인 위탁자에 영향을 미쳤다. 아파트와 상가의 분양자, 임대계약자 약 2만명도 사정권에 들었다. 분양보증을 받은 경우 보증기관으로 피해가 전가됐다. 분양보증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분양대금 회수가 불가능했다.
공사지연과 공사취소 등으로 건설사와 하도급업체들도 피해를 봤다. 당시 한부신과 관련된 사업을 하던 약 800여곳의 건설사는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자금난을 겪었다.
채권단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부신에 대한 총 6344억원의 채권을 회수하지 못했다. 한미은행, 외환은행을 비롯한 8개 은행의 여신이 총 2183억원, 종금사 2000여억원, 기술신용보증 등 기타 금융기관이 2017억원 규모였다. 보증기관인 대한주택보증의 피해도 있었다. 한부신 관련 5개 사업장에 4774억원 규모의 분양보증을 수행했다. 이중 1551억원에 달하는 잔여 공사비가 추가로 들어가면서 경영에 부담이 됐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부동산시장에도 그 여파가 미친다"며 "부동산 투자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시장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실물 경제에도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알테오젠 자회사, '개발·유통' 일원화…2인 대표 체제
- [상호관세 후폭풍]포스코·현대제철, 美 중복관세 피했지만…가격전쟁 '본격화'
- [상호관세 후폭풍]핵심산업 리스크 '현실화'...제외품목도 '폭풍전야'
- [상호관세 후폭풍]멕시코 제외, 한숨돌린 자동차 부품사…투자 '예정대로'
- [상호관세 후폭풍]미국산 원유·LNG 수입 확대 '협상 카드'로 주목
- [상호관세 후폭풍]조선업, 미국 제조공백에 '전략적 가치' 부상
- [상호관세 후폭풍]생산량 34% 미국 수출, 타깃 1순위 자동차
- [상호관세 후폭풍]캐즘 장기화 부담이지만…K배터리 현지생산 '가시화'
- [2025 서울모빌리티쇼]무뇨스 현대차 사장 "美 관세에도 가격인상 계획없어"
- [2025 서울모빌리티쇼]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 "북미 매출목표 유지한다"
김경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이재용의 차이나 공략 키워드]가시적 미국 대응책 아직, 현대차와 다른 행보 눈길
- '삼성 상인' 이재용 회장의 밸런싱
- [삼성전자 리더십 재편]노태문 직대 체제 관전포인트, 후임자 육성·초연결 완성
- [삼성전자 리더십 재편]'직무대행' 노태문 사장, 대표 선임 유력·가전 통합 과제
- [이재용의 차이나 공략 키워드]조용히 확대한 카오디오 시장 입지, 점프업 꿈
- [이재용의 차이나 공략 키워드]주주 놀래킨 유증, '톱레벨 영업' 통해 진화 나섰다
- [이재용의 차이나 공략 키워드]미국 눈치보다 생존 먼저, 민감한 시기 '정면돌파'
- [이사회 모니터]삼성SDI, 대표·의장 분리 '다음으로'
- '미전실 출신' 문종승 삼성전자 부사장, 공백 메우기 '전면'
- '후퇴 없는' SK하이닉스, 이사회 시스템 '또 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