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15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21일 진행된 'DICC(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소송' 2심. 서울고등법원의 선고 시간은 예상보다 길었다."원고(IMM PE·하나금융투자PE·미래에셋자산운용PE 등 FI)에겐 DICC에 대한 정당한 매도자실사의 권리가 있었다. 피고(두산그룹)는 이에 협조하지 않았다. 따라서 동반매도권(드래그얼롱) 행사시 원고가 제3의 매수자를 찾아오기 어려웠을 것이란 점이 인정된다."
소송의 쟁점은 두산에게 FI들의 DICC 제3자 매각에 '협조할 의무'가 있느냐였다. 작년 1월 1심에선 그 의무가 인정되지 않았다. 2심은 이를 완전히 뒤집었다. "주주간담회 등을 통해 자료를 다 내줬다"는 두산 측 주장을 오래된 데이터라 내용이 충분치 않았던 점 등을 들어 반박했다. "두산 때문에 매각을 못했으니 주주간 계약상 합의된 금액으로 두산이 대신 지분을 사줘야 한다"는 FI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반영해 줬다.
두산이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니, IPO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기업이 FI의 권리 행사에 신의성실의무를 다했느냐, 혹은 해야 하느냐의 결론은 3심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DICC 소송은 IMM 등 FI와 두산이 서로 '여측이심(如厠二心)이냐 아니냐'를 놓고 다투는 문제만이 아닌, 보다 구조적인 이슈를 야기할 수 있다. 투자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마지막 안전장치인 '드래그얼롱'의 실효성 유무가 그것이다. 최근 수 년 간 '콜+드래그얼롱' 옵션은 국내 PE들의 소수지분 투자계약 과정에서 거의 예외 없이 활용돼 왔다. 종전까지 일반화돼 있던 풋옵션 약정이 대출성 투자와 다를 바 없다는 이유로 감독당국에 의해 제재당한(2012년 'PEF의 옵션부 투자 가이드라인') 이래 대체재로서 인식됐다. 유사시 대주주를 견제함(드래그얼롱)과 동시에, 지분매입(콜옵션)을 유도하는 마이너리티 투자자 최후의 보루였던 셈.
DICC 소송에서 FI가 최종적으로 패하면 그간 걸어뒀던 투자 안전장치에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LP에게 출자제안을 해야 하는 PE들로서는 여러모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PE업계 전반이 이번 소송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DICC 소송 2심 판결 이후 FI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국내에서 PE가 굴지 대기업을 상대로 계약내용을 정당하게 인정받은 사례." 그간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들에게 파트너로서 온당하게 대우받지 못해 왔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기업은 두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금호나 동부, 교보, 이랜드 등의 조달거래에서도 PE들이 필요할 때 자금을 대주는 물주 정도로 취급받고 있다는 인상을 남긴 실례들이 종종 있었다. DICC 소송은 사모펀드에 대한 이런 일반의 인식 변화가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로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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