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4월 26일 08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격X수량=수익' 경제학은 이 간단한 공식에서 출발한다. 양적으로 많이 가진 자가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인다. 규모를 키우면 평균 비용이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금융사들이 덩치를 키우려는 것도, 자산운용사가 펀드 규모를 확대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하지만 수량이 수익을 결정하지 않는 시장도 있다. 프라임브로커(PBS) 업계 얘기다. 증권사 PBS의 수익은 규모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파트너십을 맺은 헤지펀드 계약고가 1조원이든, 3조원이든 큰 의미가 없다. 계약고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유한 헤지펀드가 얼마나 많은 거래를 하느냐다.
PBS는 대차·스왑·트레이딩·수탁 수수료로 돈을 번다. 수탁 업무는 보통 시중은행에 위탁하고 있으니 주수익원은 대차·스왑·트레이딩 수수료 정도다. 헤지펀드가 주식을 빌리거나 레버리지를 일으킬 때 PBS 수익이 발생한다.
실제로 국내에서 영업 중인 PBS 6곳의 수탁고 규모로 따지면 5조원을 보유한 삼성증권이 1위다. 그 뒤는 NH투자증권으로, 3조 7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연간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익은 두 회사가 비슷한 수준이다. 심지어 작년까지만 해도 NH투자증권이 삼성증권보다 더 많은 수익을 벌었다고 전해진다. 수탁고 규모에 비해 실제 수익 규모는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증권사 PBS는 치열한 계약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체 헤지펀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PBS 계약고 점유율(M/S)을 끌어올리기 위해 출혈 경쟁도 불사한다. 헤지펀드 하나라도 더 계약을 따내기 위해 수수료를 덤핑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번 코스닥 벤처펀드 출범 때도 치열한 경쟁이 붙었다. 사모형 상품이 쏟아지며 1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린 것에 PBS들은 계약고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봤다. 비상장기업, 메자닌 딜(Deal) 소싱을 지원하겠다는 점과 자사 리테일(Retail) 창구를 통해 적극적으로 판매하겠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운용사에 러브콜을 보냈다.
PBS들은 코스닥 벤처펀드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메자닌이나 비상장기업 투자에 필요한 법률 검토, 계약서 확인 등에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투입될 것이라며 부담스러워 한다. 그럼에도 경쟁사들이 코스닥 벤처펀드를 활용해 M/S 확대에 나설 것을 불안해 하며 모든 PBS가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증권사 PBS 부서 스스로도 계약고 경쟁은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의미없는 규모 경쟁에 몰두하다 보면 출혈 경쟁으로 치달아 업계 생태계를 망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각 PBS의 입지를 규정할만한 사별 차별화가 없는 상황에서 계약고 경쟁 말고는 달리 내세울 것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수확도 없이 이미지와 평판 관리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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