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제강, 1.4조 곳간 쌓였지만…'짠물 배당' 고수 [격변기 중견 철강사]②주당 350원, 배당수익률 0.9%…잉여금은 역대 최대
박창현 기자공개 2018-05-16 08:17:41
[편집자주]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 중심에 이 쌀을 만드는 중견 철강사들이 있었다. 반세기 가깝게 산업의 텃밭을 지키며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무역 마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무차별 가격 공세로 수익성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격변기 중견 철강사들을 둘러싼 각종 변수들을 살펴보고,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등 자체 경쟁력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11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철강 선재기업인 고려제강이 보수적인 배당 정책을 펼쳐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순이익의 20% 가량을 꾸준히 배당하고 있지만 주가와 배당 재원 등을 고려했을 때 주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구축되면서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려제강은 보유 현금을 기계 설비 유지와 차입금 상환, 안전자산 투자에 최우선적으로 쓰고 있다.고려제강은 국내 최대 특수선재 제조업체다. 선재는 자동차와 교량, 선박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기초 철강 제품이다. 고려제강은 특수선재 2차 가공업체 가운데 생산능력과 판매실적이 단연 독보적이다.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면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도 갖추고 있다.
최근 5년 간 고려제강은 연 평균 430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조선과 건설 등 전방사업 침체와 핵심 해외 거점인 미국 시장에서의 부진 등 악재 요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쟁사 대비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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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수익성과 별개로 배당 정책은 저배당 기조를 수년 째 유지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고려제강의 주당 배당금은 350원으로 동일했다. 당해 실적과 무관하게 고정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한 셈이다. 특히 2014년 말 3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이 발생했을 때도 이 기조는 유지됐다.
당시 고려제강은 미국 선재기업 인수 과정에서 순자산 공정가치와 인수 대가 간 차이로 인해 2600억원의 염가매수 차익을 거뒀다. 이 차액이 고스란히 손익계산서에 반영되면서 이익 총액이 또한 크게 늘었다. 이 같은 수익성 호재에도 불구하고 고려제강은 똑같이 주당 350원만 배당했다.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비율을 나타내는 '배당 성향'은 줄곧 20% 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가 추이와 배당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 규모를 감안했을 때 주주들의 기대치를 충족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고려제강은 작년 3만 5000원 대 주가를 유지했다. 따라서 배당수익률은 1% 남짓에 불과하다. 은행 이자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이익잉여금 규모다. 이익잉여금은 사내 유보로 남아있는 잉여 자금으로, 배당재원 등으로 활용된다. 고려제강은 보수적인 자금 운용 덕분에 매년 잉여금이 쌓이고 있다.
2013년 1조원을 넘어선 잉여금은 지속적인 이익 창출에 힘입어 지난해 1조 3972억원까지 늘어났다. 이익잉여금 잔액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배당 재원이 되는 잉여금이 수 조원에 달하는데도 고려제강은 저배당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모양새다.
고려제강은 창출 현금을 배당금으로 지출하기보다는 설비 유지보수와 차입금 상환에 집중적으로 쓰고 있다. 2015년 한 해동안 고려제강은 700억원이 넘는 차입금을 갚았다. 2016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100억원 씩 차입금을 상환했다.
다만 불확실한 철강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가적인 증설 투자는 주저하고 있다. 고려제강은 향후 2년간 신규 설비 투자에 59억원, 증설에 53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설비 개선 비용까지 포함된 총 예상 투자 금액은 295억원이 전부다. 이는 고려제강 전체 자산의 1.2%에 불과하다. 생산능력(CAPA) 확대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대신 풍족하게 현금을 보유하거나 안전자산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실제 작년 말 기준으로 고려제강은 현금성 자산을 1173억원이나 갖고 있다. 여기에 금융기관 예치금까지 포함하면 13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안전 자산인 투자부동산 장부가액도 1000억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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