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재감리, '소급적용' 여부 따질까 2015년 이전 회계처리 타당성 관건…금감원, 결론은 원안 고수할 듯
원충희 기자공개 2018-08-28 18:09:05
이 기사는 2018년 08월 27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에 돌입한 금융감독원은 두 가지 숙제를 풀어야 한다.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변경(종속회사→관계회사)의 부적정성을 증명하고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요구한 2012~2014년 회계처리의 타당성과 적절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재감리의 큰 방향에 대해선 2012~2014년 결산보고서는 문제가 없으나 2015년 회계처리는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감리로 증명해 내거나 2015년 회계처리를 바꿀 때 2012~2014년 장부도 소급적용했어야 한다는 등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회계업계 일각에선 후자에 조심스레 무게를 두고 있다.
◇재감리 결론, 원안과 다를 가능성 낮아
금감원은 지난주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에 착수했다. 데드라인은 연내로 맞춰졌다. 이미 1년 가까이 정밀감리를 한 상황이라 재감리에는 4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재감리 결과가 원안과 다른 결론을 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앞단의 논리는 변할 수 있으나 결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는 부적절하다'로 귀결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감리결과를 부정하는 꼴이 된다.
증선위의 요청도 수용할 필요가 있다. 증선위가 삼성바이오 회계논란의 핵심인 2015년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판단을 유보한 이유는 금감원이 회계변경 부적정성을 지적하면서 어느 방법이 맞는지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맞는 방법을 확정하지 못하니 삼성바이오의 방식이 틀렸다고 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와 더불어 증선위는 고의성을 판별하기 위해 2015년 전후 사실관계를 중요하게 고려해달라고 요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과 손잡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2012년부터 2014년까지의 회계처리 적정성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증선위 심의과정에서 일부 증선위원들은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처리해야 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85%와 이사회 구성원 4명 중 3명을 보유하고 있어 겉보기엔 종속회사로 처리한 게 문제없어 보인다.
그러나 연결재무제표 국제회계기준(IFRS10)에서 종속·관계기업 판단기준인 '지배력'은 단순히 지분율이나 이사 수로만 보지 않는다. 의결권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권리, 주주계약서 내용, 실제 경영을 주도하는 능력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증선위원들은 주주계약서와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당시 삼성바이오의 상황 등을 고려해 삼성 측에서 지배력을 단독 행사하지 못했을 것으로 봤다고 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에피스 설립당시 삼성은 바이오시밀러(생물학적 의약품 복제약) 원천기술이나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바이오젠의 기술과 노하우를 제공받았다"며 "그런 상황을 감안하면 회사경영에 삼성보다 바이오젠의 의중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고 보는 것도 충분히 일리 있는 해석"이라고 말했다.
◇2012~2014년 회계처리 실마리 될 사례는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2012~2014년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적정성을 다시 보지 않아야 2015년 처리를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라면서도 "그 논리만 고집하기 어려워 여러 가지 길을 열어놓고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2012~2014년 회계처리 적정성과 2015년 회계의 부당함을 어떻게 연결할 지에 대해선 금융권과 회계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최근에 현대오일뱅크 회계변경을 실마리로 삼아 향후 감리방향을 추정해보려는 시도가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상장을 앞두고 2015년부터 2018년 1분기까지 회계장부를 수정해 합작자회사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종속기업에서 공동기업으로 변경했다. 최근뿐만 아니라 과거 회계도 모두 소급적용한 것이다. 지분구조는 6대 4이지만 현대오일뱅크의 단독으로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처리했다.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 회계이슈는 명확한 정답과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충분한 근거자료를 갖고 증선위를 설득하는 게 핵심"이라며 "현대오일뱅크의 사례로 추정해보면 삼성바이오 역시 2015년 회계처리를 변경할 때 2012~2014년 장부도 소급적용했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감리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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