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컨테이너 매각' 자산 유동화 현금창출력 둔화…KDB 통해 ‘담보 금융’ 현금 확보
고설봉 기자공개 2018-09-12 08:37:31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0일 16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상선이 현금 마련을 위해 자산을 유동화 했다. 현금창출력이 둔화하면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내린 결정이다.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발표되고,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되며 장밋빛 미래가 점쳐 졌지만 당장 현실은 힘겹다.현대상선은 컨테이너 기기 4만308대(20FT DRY CONTAINER 1만5284대, 20FT DRY CONTAINER 2만5024대)를 매각했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처분 금액은 1438억2621만2984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자산총액 대비 3.99%에 달한다.
이번 컨테이너 매각은 보유 자산 유동화를 통한 현금 확보가 목적이다. 실제 매각이 이뤄진 것은 아니고, 현대상선이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컨테이너를 담보로 자금을 차입했다. 이에 따라 향후 컨테이너는 그대로 현대상선이 사용한다.
현대상선이 자산 유동화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면서 해운업계를 중심으로 우려가 나온다. 해운업 불황에 고전하는 가운데 담보 차입을 늘리면서 비용 부담이 예상된다. 현대상선은 컨테이너 정기선사로 영업활동을 위해서는 선박과 컨테이너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화물 양하역을 위한 항만 인프라도 필요하다.
앞서 현대상선은 기업구조조정 일환으로 선박, 컨테이너, 항만 등 해운업 영위를 위한 핵심 자산을 매각하면서 한 차례 경쟁력이 악화했다. 당장 자산을 유동화해 필요자금을 확보하며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다시 영업활동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필요 장비 등을 임대해 사용하면서 비용 증가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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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에서 이번 결정에도 리스크가 따를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올해 들어 영업활동 및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영업과 투자 모두에서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지출하는 돈이 더 많아지면서 현금흐름이 악화했다. 특히 올 2분기 말 연결 기준 현대상선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308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상선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용선료와 항비, 유류비 등 영업활동을 위한 각종 비용 지출이 이어지면서 유출되는 현금이 더 많았다. 올 2분기 말 기준 현대상선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마이너스(-) 315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보유현금은 말랐다. 현대상선의 보유현금은 지난해 2분기말 4432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말 6763억원으로 불었다. 하지만 올 2분기 말 2601억원으로 대거 줄었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둔화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활용해 급한 불을 끈 형국이다.
컨테이너 유동화에 따라 향후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 영업에 필요한 필수 장비를 금융비용을 지불하고 임대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운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의 구조적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역할이 확대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적 원양선사 육성을 위해 현대상선이 필요 자금을 자산 손실 없이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해운재건 계획이 나오고, 해양진흥공사가 출범했지만 국적 선사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며 "자산매각을 통한 운영자금 마련 등은 일시적인 고육책인 만큼 오히려 향후 선사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현대상선 자본 확충을 추진 중이다. 영구채를 조달해 자본을 확충해 현대상선의 숨통을 터준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현대상선의 영구채를 얼마나 나눠 부담할지를 놓고 벌써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상선 지원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 하고자 영구채 인수비율을 낮추려는 만큼 양측 간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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