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중심 '오너십 강화' 오히려 독 됐다 KCGI, '지주사 타깃' 대한항공·진에어 등 계열사 단번에 점령 효과
고설봉 기자공개 2018-11-19 08:27:39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6일 14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GI가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대신 한진칼 지분 매입을 택했다.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인 한진칼을 사들이면 대한항공과 진에어, 한진 등을 모두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효율적으로 그룹을 관리하고, 자녀들에 대한 승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구축한 지배구조가 오히려 독이됐다는 평가다.한진칼은 실적 면에서는 크게 가치가 없는 회사다. 올 3분기까지 연결 기준 누적 매출 1조66억원, 영업이익 1207억원, 순이익 417억원을 기록 중이다. 이마저도 직접 사업을 영위하기 보다 자회사인 토파스여행정보, 칼호텔네트워크, 한진관광, 제동레저 등의 실적이 포함된 결과다. 같은 기간 한진칼 별도 실적은 매출 520억원, 영업이익 407억원, 순이익 294억원에 그친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및 자회사들과 연계한 사업을 펼치며 매출의 대부분을 얻는다.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520억원인 가운데 특수관계자 매출은 503억원을 기록 중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대한항공 등 계열사에서 뿌려주는 배당금이다. 사실상 대한항공이 없으면 한진칼은 독자생존 할 수 없다.
한진그룹 주력회사인 대한항공이 오히려 실적 면에서 가치가 크다. 대한항공은 올 3분기까지 연결 기준 매출 9조7256억원, 영업이익 6349억원, 순손실 575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실적도 연결 실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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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진칼의 최대 가치는 '실적'이 아니라 '지주회사'라는 점이다. KCGI도 이 점에 착안해 한진칼 지분을 전략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의 주요주주로 의사결정에서 주도권을 잡으면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에 대한 경영 개입의 발판도 자연스럽게 마련된다.
실제 한진칼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에서 시작된 지배력이 다양한 과정을 거쳐 말단의 작은 회사들까지 전달되는 통로다. 한진칼은 직접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 칼호텔네트워크 등 굵직한 자회사 10곳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대한항공 보유 지분율은 0.01%이다. 조 회장이 0.01%를 보유하고, 자녀들은 단 1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룹 공익재단인 정석인하학원과 일우재단, 정석물류학술재단이 총 3.35%의 지분을 보태 지배력을 확대했다.
이어 한진칼은 진에어 지분 60%도 보유 중이다. 오너일가의 진에어에 대한 보유 지분은 없다. 칼호텔네트워크, 한진관광, 제동레저, 와이키키 리조트호텔 등에 대해서는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또 토파스여행정보의 경우 지분 94.35%, 정석기업에 대해서는 지분 48.27%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한진그룹은 한진칼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구축한 상태다. 이미 2013년 8월 1일 대한항공에서 인적분할 해 설립될 때부터 한진칼은 지주회사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당시 조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은 보유 중이던 대한항공과 한진 등 계열사 지분을 한진칼 지분으로 전환했다. 각각의 회사별로 분산돼 있던 오너일가 지분을 지주회사로 모은 만큼 조 회장으로부터 조 사장 등 자녀들로의 증여 및 상속도 간단해졌다.
한진칼 중심의 지배구조는 조 회장 일가가 한진그룹 전체를 효율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밑거름이다. 실제 조 회장 및 자녀들은 한진칼 지분을 기반으로 그룹 전반에 확고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조 회장 및 자녀들은 직접 지분 보유 없이 대한항공, 진에어, 한국공항, 한진, 칼호텔네트워크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 등을 독식하며 경영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효율적인 지배구조가 오히려 이번에는 조 회장 일가를 위협할 최대 리스크로 변했다. KCGI가 한진칼 지분 9%를 매수한 뒤 지배구조 개선을 예고했다. KCGI 입장에서는 가장 효율적으로 한진그룹 오너십에 대항해 이를 무력화 할 포인트를 찾은 셈이다.
향후 KCGI는 조 회장 일가가 독식하고 있는 한진칼 이사회에 진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대한항공과 진에어, 한진 등에 대해 조 회장 일가가 독식하고 있는 경영권을 빼앗기 위한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를 통해 투자수익을 거둬들 일수 있는 다양한 제안들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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